철학의 오랜 화두 중 하나는 ‘퀄리아’(qualia·내가 지금 어떠어떠하다는 느낌 자체를 뜻하는 라틴어)를 타인이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고 한다. 당신이 단맛을 느낀다는 것, 졸린다는 것, 배가 고프다는 것, 따분하다는 것을 나는 도대체 어떻게 아는 것일까? 쩝쩝 입맛을 다시는 입술이나 풀린 눈꺼풀을 봤다지만, 이걸로 내가 당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게 된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그 가뭇없는 심연을 건너는 나룻배는 무엇일까? 당신과 내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누가 증명할 수 있을까? 당신의 두뇌에서 뉴런들이 주고받는 전기신호를 일일이 분석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의 못된 아들들이 으레 그렇듯 나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데 서투르다. 안부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허둥대기 일쑤고, 6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간 밤에도 부자의 문답은 단답형으로 일관이다. 신문사 입사 뒤 아버지가 찾아내신 묘책은 ‘기사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신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아버지의 기사 품평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때는 용산 참사 관련 기사를 두세 차례 쓰고 난 뒤였다. “응, 커넥션 그거 봤다. 원래 세상이 정직하게 살기 힘든 법이다.” 당신께서는 전라도 끄트머리 소도시에서 경찰관으로 일하다 정년퇴직하셨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세상에 온통 화나는 일이나 서글픈 일밖에 없냐는 독자들의 항변을 접할 때가 있다. 그렇다. 개인적 체험을 말하자면, 웃을 일은 많지 않았다. 한숨 쉬고 걱정할 얘기, 흥분해서 종이를 구겨버리고 싶은 얘기가 태반이다.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미간을 찌푸리고 담배 한 대를 물고 싶게 만드는 기사를 쓰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변명 삼아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책 의 들머리에 적힌 글을 인용해본다. “우리가 언제 참된 의미에서 타인과 만날 수 있는가? 그것은 오직 우리가 슬픔 속에서 있을 때이다. 만남은 슬픔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시대에 슬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남루한 일인가.”
임주환 기자 blog.hani.co.kr/eyel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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