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에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 두 가지. 그것은 바로 “뻥이지?”와 “뻥이야!”다. 만우절이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식을 친구 놈이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전할 때, 우리는 설마 하면서도 입가를 살짝 떨며 이 말을 던진다. “뻥이지?” 그런 마음으로 “뻥이지?” 묻고 싶은 사건 베스트3. 555m짜리 ‘제2 롯데월드’ 허가 실무 절차가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는 거, 뻥이지? ‘장자연 리스트’에 주요 일간지 ○○○ 사장이 포함돼 있다는 거, 뻥이지? 그럼, 3월31일 일제고사 ‘불복종 운동’ 하는 선생님들 다 잘릴 거라는 것도 뻥이지? (입가를 살짝 떨며) 만우절, 그날이 오면 “뻥이야!”라고 말해주는 거 맞지?
포털 사이트 다음 검색창에 ‘5천원’을 치면? 맞춤 검색어로 ‘5천원만 주면 키스해주는 놈’이 뜬다. 인기 인터넷 소설로 단행본은 물론 각색한 만화책까지 나온 은 제목 그대로 학교 옥상에서 5천원만 주면 키스 해주는 장사를 하는 어떤 잘생긴 놈에 관한 이야기다. 뭐, 그런 소설이란 말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천원’짜리 10장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박연차 회장은 ‘5천만원’을 ‘5천원’으로 말하는 습관이 있단다. 결국 5억원을 받았다는 말. 어른들은 박 회장의 표현방식이 너무 재밌었던 나머지 검찰도 발표에서 이 사실을 강조했고 ‘9시 뉴스’에서도 5천원에 ‘X표’를 한 뒤 5천만원을 써넣는 그래픽을 동원했다. ‘5천원’이란 큰돈을 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옥상에서 키스하며 돈 받던 놈은 모른다. 도대체 ‘5천원’짜리 몇 장만 집어주면 왜 그렇게 이것저것 해주겠다는 놈들이 많은지도 그놈은 모른다. 어쨌든 소설 속 그놈은 5천원을 주면 키스를 해주는데, ‘5천원’짜릴 10장이나 줬으니 의원들이 그에게 뭘 해준 걸까? 뭐, 그런 세상이란 말이다.
재밌게 보기 시작한 김에, 9시 뉴스를 들여다봤다. 3월24일 문화방송 는 날씨까지 35개 기사 중 무려 22개 꼭지를 야구 이야기에 할애했다. 한국방송 는 스포츠 뉴스 앞부분까지 총 31개 기사 중 16개가 야구, 야구, 야구다. 그날 뉴스를 마치며 문화방송 박혜진 앵커는 “야구에 열광한 사이 박연차 리스트는 신구 권력층을 맹수처럼 할퀴었고, 장자연 수사는 거북이처럼, YTN 수사는 토끼걸음으로 갔습니다”라고 말했다. 3월26일엔 야구대표팀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함께한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팀 모자를 쓰고 “선수 같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야, 정말 선수 같으세요. 뻥이에요.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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