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시리즈’가 다시 유행이다. ‘김여사’는 운전이 서툴러 사고를 내거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여성 운전자의 별명이다. 포털 지식인과 떠도는 댓글을 종합하면 김여사가 출현한 시점은 2006년으로 추정된다. 당시 게시판을 떠돌던 한 장의 사진 아래 달린 댓글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소형 승용차가 뒤에 ‘초보!’ 딱지를 달고 당당하게 도로를 역주행하는 사진이었다. 일부 ‘마초’ 누리꾼들은 역주행 운전자의 성별은 확인도 하지 않고, ‘개념 없는 김여사’라고 규정해버렸다.
합성이라는 설도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그 뒤 전국의 수많은 김여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유행처럼 번졌다. 목욕용품을 트렁크 위에 올려놓은 차, 아무렇게나 주차되거나 서로 포개져 있는 차들, 심지어 사고가 나 안절부절못하는 여성의 사진에도 ‘김여사님 너무했다’거나 ‘오늘도 한 건 한 우리 김여사님’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여사는 마침내 2007년 3월8일 포털 백과사전의 ‘신조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용어가 아니라,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운전에 서툴러 소통을 방해하는 운전자를 모두 일컬어 부르는 말로 개념이 확장됐다.
이처럼 2년 전 게시판에서 사랑받았던 김여사가 최근 유머 게시판에서 다시 뜨고 있다. 다음 아고라 ‘즐보드’에 황당한 자동차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고급 승용차 1대가 높은 보도블록에 차체가 걸려 꼼짝 못하고 있는 사진, 사이드미러를 접고 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 사진 등이다. 누리꾼들은 ‘강남 김여사님의 굴욕’이나 ‘김여사는 사이드미러를 장식으로 달고 디닌다’는 댓글을 달며 키득거렸다. 이때부터 옛날 사진들을 재탕하거나 새로운 사진들이 추가되면서 김여사 시리즈는 점점 살이 붙었다. 사진 속 김여사의 모습은 기상천외하다. 사이드미러에 손가방을 걸고 달리고, 아이들을 트렁크에 태우거나 심지어 등에 업고 운전대를 잡는다. 논에 처박힌 승용차 사진에는 ‘차는 어디든지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여사’라는 설명이 붙었다. 물론 일부는 합성의 증거를 들이대며 “속지 말자”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누리꾼들이 생각하는 김여사 문제 해결책은? “김여사 전용도로를 만드는 것은 어떨는지. 자기들끼리 어떻게 노는지 구경하게요. ㅋㅋㅋ.”(‘rozi123’) “누구에게나 초보 시절은 있고, 운전에 서툰 가족이 있어요. 양보하고 가르쳐야지요.”(‘더불’)
박종찬 기자 한겨레 취재영상팀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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