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만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씨가 출소 뒤 2년 만에 ‘목사’로 변신했다. 10년10개월간의 도피생활과 자수, 7년 복역을 거쳐 2006년 출소한 그는 지난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임직 예배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교정선교 활동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했다.
목사 이근안. 브레이크뉴스
이근안씨의 목사 안수를 두고 비판 여론이 뜨겁다. “회개하고 죄 사함을 받아 다시 태어났다”는 고백의 진정성 때문이다. 그에게 모진 고문을 당했다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는 김근태·김성학·함주명씨 등 3명에 대해서만, 그것도 마지못해 고문 사실을 시인했다. 그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한 적은 없다. 오히려 피해자인 김근태 전 의원이 이근안씨를 찾아가 용서했다. 출소 뒤 160여 차례에 걸친 간증에서 “빨갱이를 잡았을 뿐인데, 정권이 바뀌자 죄인이 되어 있었다”고 주장한 말들이 오히려 그의 본심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인터넷에서는 이근안씨의 목사 안수 취소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누리꾼 ‘양극화해소’는 11월11일 다음 ‘아고라’에 목사 취소 청원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 열사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의 고통을 안긴 그가 반성은커녕 자신도 피해자라는 망상 속에서 간증에 나서고 있다”며 “파렴치한 그의 행동에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청원에는 14일까지 3천여 명이 참여했다.
“회개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목사라니…”(‘당위의 가능’), “이근안 넌 목사가 아니다. 한국 교회 욕 먹이지 말고 그만해라! 당신이 목사라는 것은 기독교의 수치다”(‘성하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에서 여주인공 신애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이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그를 용서할 수 있느냐”고 절규한다.
공교롭게도 이근안씨가 목사 안수를 받던 날,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는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목요집회를 열었다. 15년째다. 독재 시절의 고문기술자가 목사가 되는 세상이 됐지만, 서슬 퍼렇던 ‘국가보안법’의 잔재는 지금도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다.
김미영 기자 한겨레 취재영상팀 kimmy@hani.co.kr·사진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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