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교복이 낯익었다. 제목은 끔찍했다. ‘여고생 승합차 사고… 3명 사망, 20명 중경상’ ‘여고 참사 눈물의 장례식’ ‘오열하는 학생들’ ‘재단 이사장 나와!’.
11월4일 아침. 인터넷 뉴스를 보다 사진과 제목을 보고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기사 첫머리에는 “지난 10월29일 승합차 추락 참사로 숨진 여고생들의 합동 영결식이 4일 오전 부산 사상구 덕포동 대덕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치러졌다”고 쓰여 있었다. 부산 대덕여고. 내가 졸업한 학교다.
낯익은 등굣길. 연합
우리 학교 등굣길은 ‘죽음의 등굣길’이었다. 아침 8시30분 등교 시간에 맞추려면 학교 밑에 적어도 15분 전에는 도착해야 했다. 경사 20도, 길이 300여m다. 길 오른쪽은 계곡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낭떠러지다. 이 길을 매일 아침 헉헉대고 열심히 오르면 10분, 조금 여유 있게 오르면 20분이 걸렸다. 학교 다닐 적 평생 소원은 이 등굣길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인근에서 대덕여고생들은 ‘무다리’로 통했다.
버스를 타고 20~30분은 걸리는 만덕동,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김해에 사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모여 ‘봉고차’를 잡고 한 달에 일정한 돈을 내고 학교에 오가는 ‘봉고차 등교’가 대세였다. 단, 봉고차는 경사길 아래까지만 올 수 있었다. ‘입시당사자’ 고3에게만 봉고차가 정문까지 오는 게 허용됐다. 그만큼 위험했다. 고3을 태운 봉고차만 온다 해도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10시, 이 경사로에 늘어선 봉고차들의 행렬은 아찔했다. 걸어가는 1·2학년생과 봉고차는 폭 5m 정도의 길을 나눴다. 사고가 난 지 일주일 뒤에 밝혀졌지만 해당 봉고차 운전자가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더 커진 건 질주하던 봉고차가 걸어 내려가던 아이들을 쳐서 같이 계곡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졸업한 지 10년. 부산을 떠난 지도 10년.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도 여전하고, 아찔한 봉고차 행렬도 여전한가 보다. 사진으로 본 등굣길은 여전히 가장자리에 가드레일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고 뒤 이제야 ‘가드레일을 설치한다’ ‘대책을 마련한다’ 부산떠는 모습이 왠지 침통하다. 먼저 간 후배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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