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가 “나, 돌아갈래!”를 외친 지 근 10년이 지난 요즘 ‘돌아감’의 공명이 자못 세상에 넘친다. 우리는 정녕 ‘잃어버린 10년’을 거슬러 넘어, 노숙인들의 잠을 빼앗던 혹독한 그해 겨울로 돌아가야 하는가. 그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과 한 인터뷰에서 “일련의 금융구제 정책으로 일단 신용 시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그때는 우리가 경제의 펀더멘털로 돌아가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케인스주의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특히 민주당은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실업자, 빈곤층, 중산층 등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우리가 그동안 자본시장을 너무 열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법적 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돈이 돈을 먹는 야바위 자본주의를 떠나 땀이 지폐의 구성 성분을 이루는 자본주의로 우리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길 잘못 들어 헤매었으나 아직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네. 이제 깨닫고 바른 길을 찾고 나니 지난날 벼슬살이가 잘못이었음을 알았노라.”
정직한 노동이 대접받는 그런 세상을 정치인과 관료들은 꿈이라도 꾸고 있을까. 종부세를 돌려받으려는 부동산 부자들로 서울 강남 지역 세무서는 북새통이 되고, 생계의 유일한 원천인 노동의 터전마저 빼앗겨야 하는 비정규직들은 천막 농성장에 가득한데.
돌아가봄이 어떨까, 박하사탕 한 알 쑥스럽게 주고받던 그 시절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의와 순수를 상징하는 색, 빨간색 넥타이를 그토록 좋아한다던데, 세상의 부조리를 뿌리 뽑으리란 원대한 포부로 벅찼을 가난한 고시생 시절로 돌아가보기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기사 쓰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받던 기자 시절로 돌아가보기를. 이명박 대통령도 “청계천 책방 주인, 이태원 재래시장 사람들 등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소시민들의 도움으로” 대학에 입학해 “불의에 맞서 6·3 시위를 주도”하던 그때로 돌아가보기를. 벼슬살이하는 이들 누구에게나 그런 순수와 열정의 때가 있었을 터, 이제 강자와 부자를 위해 웃음 흘리고 약자와 빈자에게 성난 표정 짓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흉물스러운지, 흘러간 세월에 한번 물어봄이 어떨까.
그래서 돌아감은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 맞지 않는 옷은 훌훌 벗어버리듯,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 따위는 홀가분하게 내어놓는 것. 세인의 원성이 자자한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슨 미련이 남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은 무슨 낯으로 버티려 했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또 무슨 낯으로 버티고 있을까. 쌀직불금을 가로챈 수많은 공직자와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왜 부끄러움을 알고 돌아가지 않을까,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낭만의 시골 땅으로.
1500년 전 도연명의 경지를 복사뼈 높이만큼도 쫓아가는 자 찾기 힘드니, 슬프다, 세월이여. 귀거래혜(歸去來兮)여.
박용현 편집장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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