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부산 어디까지 120km?

등록 2008-10-30 14:01 수정 2020-05-03 04:25
어느 지역에 가면 ‘부산까지 120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는데 여기서 120km라는 거리는 부산시 어디를 기준으로 한 것인가요? ‘시청이 기준이다’ ‘우체국이 기준이다’ 등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정확한 기준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옮겨지면 거리 표시도 모두 바뀌나요? 예를 들어 시청이 기준이라면 시청을 옮긴 부산시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요?(경남 김해시 분성고 김영수)
부산 어디까지 120km? 한겨레 김종수 기자

부산 어디까지 120km? 한겨레 김종수 기자

→ 우선 도로에서 거리 표시 기준은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가 서로 다릅니다. 고속도로는 나들목까지의 거리가 기준입니다. 부산 120km라고 할 경우, 부산 시내 어디가 아니라 부산나들목까지의 거리가 120km라는 얘기죠.

국도나 지방도 등의 표지판에 쓰인 거리는 ‘도로원표’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냐고요? 독자님이 물으신, 바로 거리 계산 기준점을 말합니다. 특별시, 광역시, 시, 군 등 지자체에는 각각의 도로원표가 있고, 이 도로원표는 광역지자체에서 정하도록 돼 있답니다. 도로법 시행규칙을 보면, 도로원표의 위치는 △도청, 시청, 군청 등 행정의 중심지 △교통의 요충지 △기타 역사적·문화적 중심지 등 세 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아무래도 행정 중심지에 도로원표을 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시청을 도로원표로 삼은 부산과 전주 등이 대표적입니다. 교통 요지를 선정한 경우는 서울이 대표적이겠군요. 광화문 네거리 정중앙이 서울의 도로원표 위치점입니다. 서대전 네거리와 충장로4가에 도로원표를 둔 대전이나 광주도 이와 비슷한 경우겠죠. 오래전부터 교통의 중심지여서 이곳을 도로원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해당 지자체 도로관리 담당 부서의 설명입니다. 역사적·문화적 상징에 도로원표를 설치하는 경우는 경상감영공원과 상당공원에 도로원표가 있는 대구와 청주가 대표적입니다.

다음으로 시청 등이 옮겨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셨는데, 건물이 옮겨가더라도 기준점까지 함께 옮겨지지는 않습니다. 안 그러면 도로표지판 수정 작업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날 테니 말이죠. 부산시청 도로계획과 김홍규님은 “부산시의 도로원표 위치는 예전 청사가 있던 중구 중앙동이다. 연산동 새 청사에 도로원표라고 표시된 조형물이 있지만, 이는 상징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도로원표만 옛 청사 자리에 덜렁 놔둘 수 없어 새 청사로 도로원표 표식을 가져왔지만, 이 표식에는 애초 도로원표 위치의 정확한 위도·경도가 기재돼 있다고 합니다. 서울의 경우도 정확한 도로원표 위치는 세종로 네거리 한복판이지만, 도로원표 조형물은 동화면세점 건물과 코리아나호텔 사이 공원에 설치돼 있다고 하네요.

내가 사는 지자체의 도로원표가 어디인지 궁금하다고요? 그것은 시청이나 군청 도로 계획·관리 담당 부서에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답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손가락질당할까 묻기 두려웠던 4차원 질문,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이 세상 최초의 질문,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anyone@hani.co.kr 보내주십시오. 당신의 ‘거대한 의문부호’에 느낌표를 준비하겠습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