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남편이나 애인이 보는 앞에서 이 전자우편을 보낸 건 아니길 바랍니다. 한때 동창생 찾기 누리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첫사랑 붐이 일며 파탄난 가정이 속출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아래 정보를 드립니다.
이 문제의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손톱의 성장 속도와 첫눈이 내리는 날짜입니다.
우선 손톱의 성장 속도는 사람마다 또 손가락마다 다르지만 대개 하루에 0.1mm씩 자란다고 합니다. 한 달에 3mm라고 보면 됩니다. 기자 7명의 왼손 새끼손톱 길이를 재어보니 9∼13mm이군요. 손톱 뿌리 부분이 끝으로 가는 데 적게는 석 달에서 많게는 넉 달 남짓이 걸리는 셈입니다. 봉숭아꽃은 6∼7월에 피고, 기상청은 최근 서울 경기 지역에 첫눈 내리는 날을 11월22일께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는 손톱이 긴 사람은 7월에, 짧은 사람은 8월에 물들이기를 하면 첫눈 내릴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새끼손톱 길이가 5mm에 불과한 사람도 있더군요. 조상 탓 마십시오. 여기 첫사랑을 이루는 간단한 비법이 있습니다. 첫째, 새끼손톱을 안 자르면 됩니다. 이 경우 손톱이 부러져 피가 나거나, 컴퓨터 자판의 ‘ㅁ·ㅂ·ㅋ’키와 시프트키가 심각한 찰과상을 입는 단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둘째, 봉숭아꽃과 백반을 찧어서 냉동실에 고이 모셔놨다가 11월에 물을 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한창 물들이고 있는데 창밖에 첫눈이 펑펑 내려도 저는 책임 못 집니다.
손톱이 빨리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손톱의 주성분이 케라틴이고, 케라틴은 단백질의 일종이니, 봉숭아물을 들이고부터 첫눈이 내릴 때까지 단백질이 든 음식을 먹지 않는 겁니다. 아, 의사들은 그러지 말라는군요. 심각한 발육장애, 피부노화, 생리불순 등의 부작용이 있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변수인 첫눈 내리는 날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2007년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은 11월19일이었지만 설악산 대청봉에서는 정확히 한 달이 빠른 10월19일 첫눈을 구경했습니다. 손톱 끝 자줏빛 물이 간당간당하걸랑 방한복 입고 신발에 아이젠 끼우고 도시락 싸서 높이 1707.9m의 대청봉을 오르세요. 갑자기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직장 동료나 이웃들에게 말하지 않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특히 기혼자들이 이랬다간, 하산해보니 온 식구가 이사가버린 사태가 올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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