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계간 이 전두환 정권 시절 겪은 폐간조처 이후로 처음 잡지 발행을 훼방받을 뻔했다.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역사적인 ‘서울역 회군’을 결단했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창비 가을호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광우병 소 스테이크도 안전하다는 심 의원의 발언을 ‘용감하게’(?) 옹호한 누리꾼의 인터넷 주소를 추적해보니 심 의원의 집무실이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고를 문제 삼았다. “(댓글 알바 의혹을 산) 누리꾼은 의원실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게 심 의원 쪽 주장이다. 이건 귀신이 곡할 노릇일까, 씻나락 까먹는 소리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5공의 유령이 다시 살아나는 엉뚱한 전조인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폭탄 발언 전과를 가진 여권 인사’ 목록에서 새삼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박 수석은 8월29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원유가 상승에 따른 성장률 잠식분) 1.85%를 더하면 실제로는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전반기 성장률이 5.3%니까, 실제론 대통령 공약사항인 7% 성장을 달성한 셈’이라는 독특한 셈법일 게다. “가진 자와 안 가진 자 이런 구분 자체가 요즘은 엷어졌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앞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촛불시위대가) 소통할 의지가 없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쯤되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뒤를 이어 새로운 ‘경제통 만담가’의 탄생을 기대할 만한 것 아닌가.
이건 민영화도 아니고 민영화 아닌 것도 아니다. 8월25일 환경부가 ‘먹는 물 선진화 정책 대토론회’에서 수도사업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국내 기업이 외국 상수도 사업 진출에 필요한 실적을 쌓도록, 상수도 사업에 민간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뼈대였다.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잇따르자 이튿날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민영화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며 환경부 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은 “수도 파이프 관리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회사가 있어 정부보다 잘한다면 위탁을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거나 “민영화와 민간위탁은 다르다”며 맞섰다. 어청수 경찰청장을 퇴임시키겠다는 건지 아닌지, 방송 민영화는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것도 고도의 정치 전략일까. 2010년까진 대입 3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발표는 지난 한 주간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서 반복된 ‘같기도 코미디’의 변주곡인지도 모르겠다. 눈 가리고 아웅이거나, 주먹 쥐고 손뼉 치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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