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진 기자csj@hani.co.kr
<font color="#216B9C">얼마 전 브라질 출장을 다녀왔다.</font> 서울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데 비행기로 11시간30분, 다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11시간30분이 걸렸다. 이코노미석에 10시간 넘게 갇혀본 사람이라면 장거리 비행기 여행의 고통을 안다. 좁아터진 자리와 건조한 실내 공기도 괴롭지만, 최대의 적은 따분함이다. 탑승객의 관심을 끄는 유일한 뉴스는 기내식 소식이다. “한국의 전통 음식인 비빔밥과 으깬 감자를 곁들인 쇠고기 요리가 준비돼 있습니다.” 승무원이 건네는 이 소리는 따분함에 지친 여행자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준다. 8월6일치 와 에 기내식 사진이 실렸다. 미국 대통령의 전용 비행기 ‘에어포스원’에 동승했다는 두 언론사 기자가 나란히 손대기 직전의 기내식 사진을 찍은 것이다. 는 사진 아래에 “본지 기자에게 제공된 에어포스원의 기내식”이란 설명을 붙였고, 는 “에어포스원의 점심 기내식으로 제공된 연어스테이크와 크림케이크. 냅킨에 에어포스원 문양이 새겨져 있다”며 좀더 친절한 설명을 달았다.
<font color="#216B9C">두 언론사가 보도한 에어포스원 기내식 사진을 보고 일부는</font> “에어포스원 탔다고 ‘자랑질’은 실컷 해놓고 기사는 고작 ‘싸이질’ 수준이냐”며 조롱했는데, 특히 특파원의 ‘셀카질’이야말로 그런 비난을 더욱 ‘부채질’했다. 냉소적인 독자들은 “아예 에어포스원에서 제공한 기내식을 먹고 싼 응가 사진도 올리지 그랬냐”며 비웃었다. 그들은 의 사진 설명을 “에어포스원 기내식을 먹고 싼 응가. 휴지에 에어포스원 문양이 새겨져 있다”로 패러디하기도 했다. 정말 그랬다면 “에어포스원 탄다는 것, 그것은 ‘역사의 증인’ 된다는 것”이라는 기사의 제목 역시 “에어포스원에서 응가한다는 것, 그것은 ‘민족의 자존심’ 높이는 것”쯤으로 수정됐을 법하다. 하지만 10시간도 넘게 비행기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죽여본 경험자로서 두 언론사의 하찮은 기내식 자랑질을 이해한다. 그게 다 장시간 비행의 후유증이라는 거 아닌가. 우라질!
<font color="#216B9C"> 오랜 옛날 투캅스가 있었다.</font> 한 양반은 높으신 분 ‘수청’ 드는 솜씨가 어찌나 기가 막힌지 경찰 생활 수십 년 만에 오로지 수청드는 솜씨 하나만으로 나름대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높으신 분에게 감히 ‘쥐박이’라며 함부로 입을 놀려대는 ‘폭도’들이 광화문 앞으로 물밀듯 밀려나올 때는 대형 가마니로 손수 산성을 쌓아 막기도 했다. 수청의 달인 바로 밑에 있던 다른 양반은 사고방식이 완전 ‘석기’시대 사람이라 목표가 정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수청의 달인 밑에서 16년 동안 갈고닦은 바가 있는지라 그 또한 ‘폭도’들의 준동을 막은 묘안을 내놓았는데, 폭도 한 명당 감옥으로 보내면 5만원, 오라를 지우기만 해도 2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역시 수청은 수청이고 석기는 석기였다. 석기의 과잉 충성은 오히려 민심만 흉흉하게 만들었을 뿐, 전면 백지화해야 하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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