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대통령님께서 넥타이를 푸셨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때’에 따르면 ‘넥타이를 푸는 것’ 또한 이 순간에 포함된다. 정확히 말하면 ‘정장 입고 안경 쓰고 미간 찌푸리며 답답하다는 듯이 넥타이를 풀 때’이다. 다른 것으로는 주차증 빼서 물고 후진할 때, 폴라 티셔츠를 양팔로 잡아당겨 벗을 때, 큰 손으로 내 머리를 부비부비할 때,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서 안 트인 목소리로 “잘 잤어?” 할 때, 수학 문제 풀 때가 있다.

한 번쯤은 ‘악’ 소리도 질러줘야 할 텐데, 여러 가지로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대통령님의 스타일에 너무 무심했다. 대통령님께서 넥타이를 푸신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넥타이를 풀면 체감 온도가 2도 내려가기 때문에 내부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처음 넥타이를 푼 것은 6월16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발전 전략 토론회’에서였다. 그날 토론에 참석한 만장하신 분들은 모두 넥타이를 풀었다. 그들을 경호하던 경호원들도 넥타이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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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뉴스의 앵커도 넥타이를 풀고 나왔다. 7월10일 문화방송은 시범적으로 하루 시범 실시를 하고 이후 반응을 살펴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반응이 안 좋았는지 그 뒤로는 다시 넥타이를 맸다). 다음날 11일 국회 개원일에는 일부러 목에 뭘 두르기도 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국회 개원식을 앞두고 정부에게 레드카드를 준다는 의미로 ‘촛불’의 붉은색을 목에 둘렀다. 남자는 빨간 넥타이, 여자는 빨간 머플러를 했다.
7월15일에는 대통령님께서 윗옷도 벗으셨다.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발전전략토론회에 참석해 “더운 실내에서 편하게 윗옷을 벗고 대화하자”며 상의를 벗었다. 그가 벗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윗옷을 벗었다. 벗은 윗옷은? 대통령님께서 의자에 거셨기에 모두 일어나 의자 뒤에 걸었다.
살펴보면 대통령님께서 넥타이를 푼 것은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3월13일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조지 W. 부시의 아버지)께서 방문하시었는데, 그 다음달로 예정돼 있던 아들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넥타이를 풀라’고 충고했다. “(대통령에게 다음달) 캠프 데이비드에 가면 (부시 대통령과) 넥타이를 풀고 솔직히 대화를 나누시라고 말씀드렸다.” 과연 대통령님은 날짜는 조금 늦어졌지만 4월18일 넥타이를 풀고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물론 그날 골프 카트도 직접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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