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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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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1960년, 1987년 그리고 2008년

등록 2008-07-29 00:00 수정 2020-05-03 04:25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드디어 경찰관 기동대가 창설된단다. ‘신체를 보고 주로 선발한’ 순경 1400여 명으로 구성된다니, 가히 ‘프로 진압부대’의 탄생이라고 할 만하다.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21세기의 백골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전투부대를 가지게 된 경찰의 포부 또한 야심차다. “경찰관 기동대가 창설되면 생활안전, 교통 등 민생치안 분야를 포함해 각종 시설경비와 특히 집회·시위 관리 분야에서 메가톤급 폭발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나. 그런데 ‘집회·시위 관리 분야에서 메가톤급 폭발력’이란 게 뭘 말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국사책을 열나게 뒤져봤다. 수능시험 공부하는 심정으로 샅샅이 훑어봤는데, 대한민국 건국 이래 경찰이 집회·시위 관리 분야에서 메가톤급 폭발력을 보인 적은 딱 두 번이 있었더랬다. 1960년 4·19혁명 당시 시위대에게 총부리를 겨눠 수백 명이 숨졌을 때와 1987년 물고문과 최루탄으로 박종철·이한열을 살해했을 때였다(광주 민주화운동 때도 군인 대신 경찰이 투입됐다면 3관왕이 됐을 텐데…). 그런데 그때 경찰이 보여준 메가톤급 폭발력의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정권의 몰락이었다. 경찰이 이명박 정권의 몰락을 준비하는 특단의 음모라도 꾸미는 것은 아닌지, 청와대는 조용히 조사해보시라.

또다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설에 올랐다. 이번엔 삼겹살값 때문이다. 솔직히, 나라 살림을 조율하느라 거시경제에 대한 고민이 깊다 보면 그런 미시적인 수치는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송영길 의원의 추궁에 마지못해 그가 내놨다는 답이 걸작이었다. “버스는 주말에 가끔 타서… (버스비는) 안다.” “버스비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답했던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끌어들여, 그래도 정 최고위원보다는 서민 생활을 많이 안다는 것을 만방에 과시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강 장관의 기대와는 달리 두 분을 한 묶음 세트로, 이를 테면 ‘덤앤더머’쯤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이 나란히 서 계시면 어울릴 듯도 하다. 이참에 듀엣을 결성해보는 것은 어떨지? 듀엣 이름은 버스와 삼겹살. 특기는 동문서답. “오늘 소개할 달인은, 16년 동안 대화에서 오직 동문서답만으로 일관해온 얼렁 정몽준 선생과 뚱땅 강만수 선생입니다. 여러분 박수와 함께 맞아주십시오.” “와~ 짝짝짝.”

갑자기 군인들이 잇따라 죽었다. 7월22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 해안 초소가 붕괴돼 장병 세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틀 뒤인 24일에도 강원 양구의 한 육군부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장병 둘이 숨졌다. 군인이야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 책무라지만, 멀쩡히 서 있다가 초소가 무너져 목숨을 잃거나 폭우 난리통 속에서 땅 파다 숨지다니…. 말 그대로 ‘우째 이런 일이…’일 뿐이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나중에 결혼해서 아들을 낳는다면… 어떤 비리를 쓰더라도 군대만큼은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죽음보다 더하겠나” “군대 간 아들을 데려오고 싶다”라는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건만, 국방부로서도 뾰족수는 없어 보인다. “전군에 노후 시설물에 대한 안전을 진단하도록 긴급 지시했다”고 밝힌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듯이)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지시를 전군에 내리면 어떨까? “앞으로 모든 초병은 북한군 동태를 감시하는 대신에 근무 중인 초소가 붕괴하거나 부대 안에서 산사태가 일어날지 예방·감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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