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자, 왔어요 왔어.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가 왔어요!” 미국산 쇠고기 ‘창고 대방출’과 함께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의 ‘개념 대방출’도 시작됐다. 그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한승수 국무총리가 무서운 속도로 정육점을 향해 달려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총리는 그동안 극비리에 자원외교를 펼쳐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를 이은 사람은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좌파 적출’ 작업에 지친 심 의원은 “특정위험물질만 적출하면 광우병 쇠고기도 OK”라고 주장하며 미국산 스테이크를 썰었다. 미국산 쇠고기 한 점씩 맛본 이들은 “한우보다 맛있다”를 외쳤다. 이들이 썬 쇠고기는 냉동창고에서 1년 가까이 프레온 세례를 받고 있었다.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시기에 미국산 쇠고기를 맛본 김 기자의 ‘기억 대방출’ 사건이 언론계에 보고됐다. 그는 “김 기자님 바쁘신가요? 사진에 실린 기자분 아니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 기자 아닙니다.” 이 사건 직후 에는 대문짝만하게 ‘사진에서 손님인 척했지만 사실은 기자였지롱’이라는 사과문이 실렸다. 참고로 프리온 단백질을 매개로 감염되는 인간광우병 증상은 치매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보다 맛있다”고 외친 두 분을 쫓아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한 총리님 아니십니까.”
허걱, 이쯤 되면 납량 특집이다. 하필이면 이명박 대통령이 18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남북 대화 재개를 제안한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벌어졌다. 하필이면 정부가 초고유가 극복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놓자마자 하루 전력소비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9일의 일이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일본 도야코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선진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무서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필이면 이 대통령이 이것만은 꼭 잡겠다며 지목한 52개 생활필수 품목 물가의 상승폭은 소비자물가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 대통령이 기름값은 잡겠다고 선언하면 국제 유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기름값 줄이자며 지하철 냉방을 끊으면 폭염이 시작됐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던 5월 말 이 대통령이 “그 많은 초를 누구 돈으로 샀고, 배후는 누구인지 보고하라”고 역정을 내자 참가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일본에 가서 “일본 지도자들이 무리하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오니까 “그건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는 일본 외상의 주장이 되돌아왔다. 이유가 뭘까.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안이한 상황 인식과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개미 소리만 하게 나왔고, ‘MB의 저주가 시작됐으니 다 같이 기도합시다’라며 화를 부추길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누군가 나서 “국제기준으로 볼 때도 이런 재수 없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는 것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며 혀를 차자, 모 장관은 “S기꾼(사기꾼) 같은 소리 집어치워라”라며 일갈했다. 결국 청와대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웬만하면 그동안 밝히지 않으려 했는데,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간 대통령 기록물 하드디스크 속에는 ’행운의 부적’이 숨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냉큼 하드를 내놓아라. 안 그러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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