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충남 천안에 사는 K씨. 6월25일 K씨는 이장의 방송을 듣고 교육감 선거를 하러 나왔다. 투표율이 높은 지역은 교육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니까 이장도 방송을 하는 데 열심이다. 이번에 후보로 나온 이는 전직 교육감이다. 이전에 나올 때는 “연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다시 후보로 나오니까 이걸 비판하면서 한 명의 후보가 더 나왔다. 제2의 후보는 선거일 며칠 전 사퇴를 했고 전직 교육감은 “이 모든 시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나 머라나. 어쨌든 농촌 지역에서 통학버스를 이용하게 하겠다는 공약이 좋아서 이 후보를 찍으려고 했다. 농촌 지역의 경우 등하교를 하면서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통학버스를 지원해주겠다니 얼마나 좋은가.
투표 절차를 밟아 신원 확인을 하고 투표용지를 받았다. 투표용지의 칸은 하나였다. 그 후보의 이름이 적힌 밑에, 도장받을 기분에 들뜬 듯한 칸 하나. 어쨌든 도장을 찍고 나왔다. 같이 들어간 남편은 ‘탐구생활’ 자세로 몰입했다. “그러면 반대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남편도 찬성에 찍을 거라는 건 K씨도 알고 있었지만….
남편은 충남 교육감 선관위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법에 정해진 규정대로 하고 있습니다.” 규정이 뭐냐고 물었다. “한 명이 나왔을 때 3분의 2 이상 투표를 해야 한다.” 성에 차지 않았다. 남편은 대전SBS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다면 무효표를 만들면 되잖아요.” 무효표를 어떻게 만들라는 거지. 도장을 찍지 않거나, 엉뚱한 데 찍거나 하면 무효표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무효표지, 반대표가 아니지 않은가.
그럼 아예 투표하러 가지 마? 투표율로 ‘시민의식’을 운운하곤 하던 사설에 맞장구를 쳐왔는데 그건 안 될 말이다. 이장도 빨리 투표장으로 가라고 독려를 하지 않았는가. 대선 때 그런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긴 했다. ‘찍을 사람 없다, 선거하지 않는 것도 의사 표현’이라고 말했던 개명한 세상에 이 무슨 반대 없는 찬성 몰아세우기란 말인가.
교육감 선거에 직접선거가 도입됐지만, 이런 식으로라면 투표행위가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된다. 투표율이 찬성률인 ‘듣보잡’ 투표다. 그렇다면… 한 명이 후보로 나오면 거의 당선되니까 후보 두 명 간에 모종의 협력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월드컵 국제 축구경기에서는 승률을 이용한 도박사의 도박을 방지하기 위해 토너먼트 마지막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하는데, 이건 뭐 게임의 속성을 너무 모르는 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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