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경찰이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손가락이 끊어졌고 한밤중에 절단된 손가락을 찾는 소동까지 벌어졌단다. 경찰관이 어떻게 시민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 안으로 안내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했지만, 사람 손가락이 끊어질 정도로 세게 씹었다는 것 자체가 마음 약한 본 기자에게는 소름 끼치는 소식이었다. 왜 깨물었을까? 설마 시민의 손가락을 호두나 소시지로 착각했을 리는 없겠고, 시위대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 아닐까? ‘깨물어준다’는 말은 실제 어의는 좀 그로테스크하지만, 연인 또는 자식처럼 한없이 사랑스런 대상을 바라볼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단어이니 말이다. “저희 경찰은 손가락을 꽉 깨물어줄 정도로 시민 여러분을 사랑한답니다~.” 그 다음은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껴안아주고 앞이빨이 쏙 빠지도록…? 하지만 이보다는 경찰에 손가락질해대는 시민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어쨌든 경찰은 그 손가락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달을 가리키는데 가리키는 손가락만 절단내고 있다. 경찰이 높으신 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다가 시민의 손가락까지 절단냈다.
“한번 그물질로 모두를 잡아버려라!” 한때 이름을 날리던 기자셨던 분이, 주술을 거는 마법사로 다시 태어나셨다. 서울시와 경찰이 6월27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천막을 강제 철거하자 그 분은 흥분하셨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깽판 세력은 겁먹은 자들에겐 무섭게 보이지만 엄정한 법집행 앞에선 난롯가의 눈사람처럼 녹아버린다.” 기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늘 밤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힘을 보여줄 차례이다. 촛불시위대에서 시민들은 다 빠져나가고 폭도들만 남았으니 남은 일은 一網打盡(일망타진)이다. 한번 그물질로 모두를 잡아버려라!” 저주를 퍼붓는 기세가 자못 심각하다. 하지만 함부로 비웃지 말지어다. 주술사의 주문이 효과가 있었는지, 경찰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최루액과 형광액을 섞은 물대포를 쏴 그물질을 하려고 한다. ‘그 물질’들이 폭력시위대와 일반 시민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밥 먹다 튀는 김칫국물은 폭력 시민, 일반 시민을 아는 것일까. 사무실에서 엎질러진 커피는 나쁜 컴퓨터를 응징하는 것일까. 놀랠 일은 그 다음이다. 그 분은 “미국에서라면 총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섰음을 시사했다. 강 장관의 인정은 너무 늦었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지수는 이미 5%를 훌쩍 넘어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연평균 7% 경제성장·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세계 7위 경제국가 도약)도 점점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런 궂긴 소식은 좀체 보도를 안 하시는 보수 언론들도 질타하는 목소리를 보탠다. 여기에 이미 7·4·7 공약을 현실에 맞게 재수정하라는 시민들의 질타도 있다. ‘7% 물가상승·4% 경제성장·국가경쟁력 7계단 하락’을 달성하기 전에 경제정책을 대폭 수정하라는 것. 그나저나 7·4·7의 해석에 관해서라면 진정한 강호 고수는 한 달 전에 나왔다. 그 강호 최고의 고수는 단칼로 평정하셨다. “7·4·7 공약=칠(7) 수 있는 사(4)기는 다 칠(7)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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