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시사넌센스] 머리 좋은 사람끼리 통하는 이야기

등록 2008-05-16 00:00 수정 2020-05-03 04:25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최성진 기자csj@hani.co.kr


꿩? 닭? 오리? 아니면 광우병?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AI 발생지인 서울 광진구청 청사 안 사육장. 어린이대공원과 가까운 곳이다. 어린이날 어린이대공원에 놀러갔던 시민은 50만명. 이들은 광진구청 청사에서 AI가 발생한 것을 까맣게 몰랐다. 뒷북 대응이다. 뒷북대응은 계속 이어진다. 서울시는 5월6일 농림수산식품부의 최종 확인도 없이 서둘러 감염원이 꿩 또는 오리라고 밝혔다. 꿩 2마리가 광진구청 사육장에서 처음으로 죽어 이같이 추정했다 한다. 그러나 이 꿩을 판매한 모란시장 업소에서 진행된 AI 간이검사에선 음성 결과가 나왔다. 꿩을 공급한 경기 이천의 사육농장 역시 음성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5월7일 “광진구청에서 감정을 의뢰한 닭에 대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검사한 결과 AI 양성으로 판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감염원이 꿩인지 닭인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선 서울에 상륙한 AI의 원인이 광우병이라는 ‘괴담’까지 나돈다. 정부와 서울시가 광우병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서울에 AI를 퍼뜨린다는 괴담이다. 이런 괴담을 막기 위한 방법은 빠른 대응뿐이다.


역시 코드인사? 10명의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날아갔다. 우리금융그룹에선 4명의 CEO가 사라져, 진공상태가 됐다. 우리금융에는 회장도, 은행장도 없다. 주총이라는 절차도 배제됐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금융기관인 우리은행의 대외신인도는 철저히 무시된 셈이다. 오히려 사표를 냈다 반려된 사람은 ‘모피아’(옛 재경부 출신 인사)였다. 관료를 배제하고 민간 전문가를 내세운다더니 오히려 거꾸로 간 인사였다. 아니나 다를까. 날아간 자리에 신임 CEO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다. 지난 대선 때 MB를 위해 나름 열심히 일해 신문의 정치면에 간간이 등장했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도 고소영, 강부자일까? 또 기자들은 ‘땅조사’를 해야 할까?

머리가 지나치게 좋으면 지켜보는 사람들은 괴롭다. MB가 그랬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 아니냐.”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한-미 FTA 타결의 걸림돌이었는데, 이제 와서 미국산 쇠고기 못 먹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곧 FTA 반대하는 사람 아니냐는 말씀. 머리 좋기로 따지면 MB 못지않은 조·중·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광우병 걱정하는 사람은 반미 좌파’라는 거다. 왜 그렇게 되는 건지는 신문을 아무리 뜯어봐도 안 나온다. ‘미국산 쇠고기 걱정하면 한-미 FTA 반대하는 거고, 한-미 FTA 반대하면 곧 한-미 전략동맹 반대하는 거고, 한-미 전략동맹 반대하면 곧 반미 좌파 세력’이라는 건데, 나처럼 머리 나쁜 사람들은 이런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데 2박3일 걸렸다. 그래도 머리가 좋은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지, 가장 머리가 좋은 조갑제 전 대표께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셨다. 괴담의 수준을 ‘광우병 걱정=친북좌익’까지 발전시킨 것. 대한민국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이명박-조중동-조갑제, 이 센스쟁이들에게 먹으면 먹을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선물을 드린다. 30개월 이상된 값싸고 질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뼈 있는 걸로만. 양껏 드시고 앞으로도 ‘광우병-반미좌파, 친북좌익’ 이런 괴담 많이많이 만들어주세요~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