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나이: 한 20만 년?
특징: 따뜻 포근. 심한 일교차. 꽃샘추위.

입춘으로 슬며시 내보였다가 우수에 대동강물을 풀고 경칩에 땅속에 품었던 청개구리를 내보내 ‘신록’을 더하고 맑고 깨끗한 기운으로 청명을 지내고 곡우에 이르러 한 해 농사를 시작하게 한다. 입하가 되면 깨끗하게 물러난다… 그랬다. 입춘은 2월4일, 곡우는 4월20일경, 입하는 5월6일께. 이제는 허물허물한 추위의 꼬리를 금세 물고 여름이 온다. 4월 중순 사무실은 여름이다. 반팔 입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리워라. 그는 꽃이었다. 꽃으로 시작해 꽃으로 끝났다. 매화는 코끝이 맵싸한 3월 초순에 꽃을 피워 때늦은 눈을 맞기 쉬웠다. 그래서 설중매라 했다. “눈 속에 핀 차가운 매화는 술에 취한 기생 같고/ 바람 앞에 마른 버들은 불경을 외는 중 같구나. 떨어지는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갓 피어나는 석류꽃은 뾰족한 쥐의 귀 같구나.” 이제 김삿갓의 풍류는 베낄 수 없는 타령이 되었다. 올 매화는 피자마자 뒹군다.
동백은 3월 중순에서 하순에 핀다. 4월 중순이 한창때라는 선운사 동백은 4월 초순 한창이다. 늦게 가면, 미당 서정주의 시는 조금 바꿔 애탄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동백꽃은 이미 지고 혹여나 육자배기 가락이 들리면 서정주 노래는 시절착오적이다.
벚꽃의 개화는 4월 중순이 한창이라 했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그 4월5~6일 주말에 발길 돌릴 틈 없이 붐비다가 9일 국회의원 선거일 절정을 맞았다.
“한때엔 그리도 찬란한 빛으로서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워즈워드 아저씨, 한국에는 봄빛이 통째로 날라갔군요. 각종 ‘잠바’(재킷)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얇은 긴팔 웃옷도 이제는 사지 않는 게 현명한 일. 겨울과 여름이 1년을 나눠갖는 양극화의 계절. 시절이 하수상하니, 봄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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