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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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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로또와 지렁이

등록 2008-04-04 00:00 수정 2020-05-03 04:25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축하합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되셨네요.” 이번 만우절에 가장 듣고 싶은 거짓말이라고 한다. 어차피 거짓말일걸, 듣고 싶다고 한다. 로또 사지 않은 사람도 이 말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 좀 이상하다. 무려 42%가 이 말에 기분 좋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만우절에는 로또 판매량이 급상승할지 모른다는 예측이다. 더욱더 아리송한 것은, 진짜로 당첨됐다고 들었을 때 사람들은 “진짜요? 진짜요? 거짓말 아니에요?”라고 말한다는 것. 아차차, 그런 사람 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그럴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음식물 로또’가 유행이다. ○○깡에서 쥐머리가 나오고, 참치캔에서 칼날이 나왔다. 수입 냉동 야채에서 생쥐가 나오고, 라면에서 곰팡이가 나온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원래 음식물에서는 많은 이물질이 나오게 마련이었다. 4명이 모이면 4명이 모두 예전에 음식물에서 파리, 비닐, 종이, 머리카락 따위를 봤다고 했다. 좌중의 한 명은 회사에 전화 걸어서 신고한 뒤 라면 한 박스를 받아냈다는 무용담을 이야기해 박수를 받았다. 로또 2만원인 셈이다. 한 명은 그냥 먹었고 두 명은 버렸다. 썰렁한 농담으로 ‘바퀴벌레 반쪽’이 있다. 이야기하면 더 썰렁하니 생략한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2007년 8월부터 6개월간 가공식품 안전위생 관련 소비자 상담 1980건 중 54%인 1071건이 “이물질이 나왔다”는 신고였다고 발표했다. 어쨌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애벌레가 나왔다는 컵라면과 ‘컨베이어 벨트’ 조각이 나왔다는 과자(신고자가 전문가다), 곰팡이가 발견된 즉석밥, 녹조류를 발견했다는 녹차(몸에 나쁠 것 같지는 않다)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물질을 둘러싼 복잡한 사건이 벌어졌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송모씨가 단팥빵을 먹다가 지렁이를 발견하고는 신고를 했는데 몇 시간 뒤 번복했다. 한 기사는 신속하게 작업을 중지했던 제조기업의 이미지가 이미 추락한 걸 어쩌냐고 타박했고, 후속 기사는 기업의 회유 때문에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잠시 뒤에는 ‘자작극’을 제목으로 한 기사가 나온다. 송씨와 함께 신고를 한 신발가게 김씨가 기업을 협박해 수천만원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 송씨는 잠적했다. 김씨는 자기가 발견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자작’되었다고 주장되고 있는 ‘협박범’? 이 복잡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경찰에서는 ‘고온 처리된 빵 제조 과정에서 지렁이가 쪼그라들지 않고 촉촉할 수 있는지’를 국과수에 정밀감정 의뢰한다고 또 다른 기사는 보도한다. 지렁이 반을 씹어 넣어놓았으면 정말 그럴듯했을 텐데. 4월1일은 만우절. 음식물 이물질 신고전화는 포털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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