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ustin22@hani.co.kr

“우리나라 아름다운 산천과 물줄기가 있는데 그 경치를 이제까지 버려두고 있었네.”
1980년대 인기를 누린 가수 이은하가 새 시대를 맞아 신곡을 내놓자, 단번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바로 다.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운하의 취지가 좋다고 생각해 이 노래를 불렀다”고 소신을 밝혔지만, ‘명비어천가’라고 불릴 만큼 가사가 대운하와 새 대통령 찬양 일색이다. 일부 누리꾼은 그가 전두환 독재정권 치하에서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에 유람선이 떠 있고”라며 을 노래한 20여 년 전을 떠올리기도 한다.
대운하를 찬양하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한 래퍼도 있다.
겁 없는 주인공은 힙합 래퍼 ‘디지’로, 본명은 김원종(26)이다. 청년 래퍼 김씨는 서울 강남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대대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보수적 지역구에 던진 힙합 래퍼의 출사표는 당락과는 무관한, 일종의 도발 행위다. 선율과 리듬이 가지런한 기존 대중음악계에 뒷골목 건달의 모습으로 욕설을 섞어 비판을 날리는 힙합 래퍼가 등장한 일 만큼이나, 정치권을 향한 그의 도전은 또 하나의 전위예술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김씨는 지난 3월9일 인터넷 커뮤니티 ‘힙합플레이야’에 “난 행동하는 지성이 되고 싶고, 행동하는 양아치가 되고 싶다”며 “만날 싸우고 헐뜯고 폭탄주에 성추행하는 그런 쓰레기들이 있는 국회에 가서 미운 오리 새끼 한 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의 출사표는 직설적인 랩을 닮았다.
“난 곡을 쓰고 작사를 하며 노래(랩)를 하는 음악가이다. 난 예술가이다. 비록 내 생활은 양아치일지언정, 그 이전에 무대 위에서 음반에서 관객과 약속한 것을 지키는 행동하는 음악가이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약속이고, 10명 이하의 관중과 약속을 했더라도 그건 지키기 위해서 있는 약속이다. 단지 난 행동하는 지성이 되고 싶고, 행동하는 양아치가 되고 싶다.”
“당선되면 당장 한복을 차려입고 국회에 가서 국민께 큰절을 하고, 큰 차 타고 오신 국회의원님들께 시원하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려보고 싶다”는 래퍼 디지는 총선 유세에서 신나는 랩을 들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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