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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구말은 누구의 책임일까

등록 2008-03-07 00:00 수정 2020-05-03 04:25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정권도 변한다. 그래서 한때는 정말로 안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이라 여겨졌던 ‘이명박’과 ‘대통령’이라는 두 단어는 하나로 연결돼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가 도래했는데, 장관 인선을 둘러싼 연속 자책골로 총선을 앞두고 5-0쯤으로 앞서가던 스코어는 5-3 정도로 따라잡힌 분위기다. 그 분께서는 최근의 이 모든 논란을 매듭짓기로 작정하셨던지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하셨고, 덧붙여 “(인사 검증 관련)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인정하셨다. 아…니, 여기서 잠깐. 5년 전 검사들을 앞에 놓고 “이거 지금 막가자는 거냐”는 유행어를 작렬하신 전임자의 말대로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 아니던가. 그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일말’로 한정한다면, 나머지 ‘구말’은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쳐부쉈다고, 이 역시 (설마!) 모두 노무현의 탓?

우리 모두가 즐겁에 웃고 떠드는 사이 음성 꽃동네를 시작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시는 분이 계셨으니 이름하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마구 때리셨던 애타는 부정은 어느새 불쌍한 아이들과 노인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승화되고 말았던 것이다. 때아닌 불똥이 튄 것은 애꿎은 한화 직원들. 회장님을 본받아 사회봉사 활동 나가라는 회사 안팎의 압력으로 주말마다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눈물겨운 일화 한 토막. 지난 2월18일 생일을 맞아 “오늘은 하루 쉬시라”는 주변의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회장님은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 임하셨다니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새로운 글로벌 리더의 지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과정이 어찌됐든 서울만 가면 된다고, 회장님께서는 앞으로도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신다고 하니 우리 모두 그냥, 마냥 기쁜 마음으로 한화와 회장님의 장도에 박수를 쳐드리면 좋을 것 같다.

엄청난 재산과 화려한 언변으로 국민들 복장을 터뜨리시는 기라성 같은 동료들 때문에 대충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지만, 행정안전부 장관 자리에 오르게 되신 원아무개 장관 후보자 얘기 한 토막 하고 넘어가보자. 이 양반의 아드님께서는 2003년 8월 의무소방대원으로 입대해 그해 10월부터 서울소방재난본부 밑의 동작소방파출소로 전입을 ‘명’ 받았다. 이 양반의 아드님께서는 ‘6개월 현장 근무’라는 통상 관례를 깨고 한 달이 지난 그해 11월 동작소방서 소방행정과로 지원 근무를 ‘명’ 받았고, 이듬해 4월에는 땡보직 중의 땡보직으로 꼽히는 경리팀·총무팀으로 다시 보직 변경을 ‘명’ 받았다. 원 후보자의 아드님이 근무하시던 서울소방방재본부를 지휘감독하는 상급기관은 서울시로 당시 원 후보자께서는 서울시의 최고 요직인 경영기획실장으로 계시다 얼마 뒤 부시장으로 승진하셨다. 아드님께서는 쫄따구 ‘이방’(군대의 이병)의 계급으로 2004년 2월 사시에 응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셨다는데…. 자꾸 따지면 성질 나빠진다고 오늘은 대충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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