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여의도에서 불어온다~ 청와대에서 불어온다~.” 일제시대에 시작해 박정희 아니 전두환 시절까지 애창됐던 노래를 오랜만에 ‘노가바’(노래가사 바꿔부르기) 해보았다. 청와대발, 여의도발 역풍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름다웠던 지난 10년의 한 줌도 안 되는 개혁의 성과를 한칼에 뒤집어엎는 칼바람이 몰려온다. 역시나 군대가 앞장선다. 뿌리깊은 양성 불평등의 상징적 제도로 위헌 판결을 받아서 폐지됐던 군가산점이 앞장서 부활한다. 제아무리 가산점을 낮추고, 합격자 비율을 제한한들 군가산점이 용가산점이 되지는 않는다. 가요계에 리메이크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정치도 리메이크. 미워도 다시 한 번?! 어쩌나 살 떨리는 리메이크 발언도 나왔는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신임 어청수 경찰청장을 앉혀놓고 당부하길, “경찰이 시위대에 매 맞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하셨단다. 갑자기 명바기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셨다는 말씀이 생각나는데 “맞느니 차라리 때려라”. 아니 경찰이 언제부터 맞았다고 이렇게 신신당부하니 설마 때리란 말씀은 아니겠지? 용기백배한 신임 청장께서 취임식에서 “소위 ‘떼법’ ‘정서법’이 용인되는 사회 풍토를 고쳐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그리하야 전자충격기가 등장하고 체포조가 운용되는 그립지 않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위기가 닥쳤다. 도로 민주당에 도로 전두환, 이제 도로 민정당만 남았다. 시절이 수상하여 그렇게 우대받는 남성도, 힘있는 경찰도 돌아온다. 아 오래된 차별에 때이른 피로, 한반도의 조로 현상. 한반도에 진보의 피로는 그렇게 빠르게 찾아왔다. 박카스로도 풀지 못할, 컨디션으로도 해소하기 어려운 때이른 진보의 피로가 완연하다. 정치적 공정함에 대한 짜증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과감하게 고백하는,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업고서.
그들도 돌아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소개할 때마다 “국가관이 투철하다”고 강조하시는 그분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넘어서 돌아왔다. 세금은 많이 내고 군대는 적게 가는 투철한 국가관의 그분들이 장관으로 돌아온다. 평균 재산 39억1천여만원, 열심히 벌어서 세금을 내느라 군대 갈 시간이 없었음이 틀림없다. 그리하여 여기는 80 vs 2의 사회. 대한민국 국민의 2%만 낸다는 영광의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 내정자 15명 중 12명, 80%가 내셨다. 더 많은 세금, 더 적은 복무! 세금을 내느라 바빠서인지 병역 대상자인 남성 장관 내정자 13명 중에 5명이 군대를 면제받았다. 역시나 일반 국민 면제율 4%를 훨씬 웃도는 38%의 막강 면제율이다. 아깝다, 2%만 높이면 국민의 10배는 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이렇게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병역거부 아니 병역면제 내각이 돌아왔다. 돌아보면 이들의 젊은 시절 애칭은 ‘신의 아들’. 요즘엔 이들을 ‘강부자 내각’, 강남의 땅부자 내각이라고 부른다니, 이로써 신의 아들은 강부자의 아들로 밝혀졌다. 아니 신의 아들은 고소영이라고? 웬 트랜스젠더 내각이냐!? 자꾸만 꼬인다, 끝내자. 하여튼 합법이래잖아. 오우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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