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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 정대세 신드롬

등록 2008-02-29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북한의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정대세(24·일본 가와사키 소속)다. 지난 2월17일 일본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20일 남-북 경기에서도 동점골을 터뜨리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 얼굴로는 스타 되기가 힘들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외모는 안정환, 곽태휘 등 꽃미남 축구 스타들과 거리가 있다. 게다가 한국에 통한의 무승부를 안겼는데도, 누리꾼은 열광한다. 인터넷에서는 속속 정대세 팬카페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대세가 대세” “북한의 웨인 루니”라며 정대세에 환호한다. 이유가 뭘까.

일단 그의 빼어난 실력과 특이한 외모 때문이다. 까까머리와 작은 눈, 180cm·79kg에 이르는 단단한 체구와 강인한 인상, 수비를 뚫고 단번에 골을 뽑아내는 저돌적인 플레이가 ‘루니’와 꼭 빼닮았다. 실력은 물론 쇼맨십과 재치까지 갖췄다. 그가 뛰고 있는 일본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홈페이지(www.frontale.co.jp)에 실린 자기소개서를 보자. “‘맛있는 불고기를 먹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덜 익은 불고기와 새까맣게 탄 불고기’를 싫어한다”고 적었다.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뜻밖에 “바퀴벌레”다. 여가 시간엔 DJ로 활동한다. 미디어다음 ‘정대세 팬카페’(http://cafe.daum.net/chungdaese)를 만든 박형배씨는 “육감적으로 정대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나의 표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세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적이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다. 정대세의 부모는 경북에 본적을 둔 한국 국적 소유자다. 하지만 ‘재일동포 3세’ 정대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조총련계 학교를 다녀 정서적으로 ‘북한’에 더 가깝다. 그는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북한이 일본에 지는 경기를 본 뒤 북한 대표팀으로 뛰는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정대세와 관련한 기사에서는 악의적 댓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북 통일이 되면 정대세와 박지성이 스트라이커로 나서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보여달라”는 식이 더 많다. 정대세를 통해 남과 북, 일본의 관계를 조명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에 글을 남긴 ‘exkiki’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한 명의 축구 선수로부터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다시 본다”고 했다. ‘civ2’는 “만주에도, 일본에도 또 다른 ‘우리 학교’의 필요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정대세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오는 3월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 남-북 경기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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