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cslee@hani.co.kr
“○○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최근 이슈가 된 기사에 꼭 따라붙는 댓글이다.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관련 기사에 이런 댓글이 붙었다. ‘대운하 추진’ 기사에는 “환경 좀 망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경숙 위원장의 ‘국보위 경력 논란’ 기사에는 “쿠데타에 협조했으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름하여 ‘이명박 댓글 놀이’다. 댓글은 그 대상이 확대됐다. 정치 기사에 머물지 않고 사회·문화 등 일반 기사에도 ‘경제만 살리면 그만’ 댓글이 달렸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기사에는 “지구가 불덩이가 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유동근, 제작진 폭행’ 기사에는 “폭행 좀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라고 댓글을 올렸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기사에는 “기사 대충 쓰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라고 조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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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댓글에는 누리꾼 특유의 풍자가 이중으로 녹아 있다. 그동안 맥락을 떠난 채 모든 사안에 대해 “노무현 탓”이라는 댓글을 달아온 현상에 대한 ‘되돌려주기’이자, 정치현실에 대한 허무주의를 담고 있다.
다음 블로거 ‘레이니’는 ‘이명박 댓글 놀이’에 대해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 의식에 대한 자조와 한탄을 풍자”, ‘능수버들’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 만능주의, 도덕성과 같은 가치가 쓸모없어진 세태에 대한 냉소와 허무주의”라고 평가했다. ‘맛객’은 “경제에 가려진 도덕적 가치의 실종에 대한 반발심의 표출”이라고 해석한다. 네이버 블로거 ‘붉은낙타’는 “조롱과 체념하듯 남기는 한마디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씁쓸함이 묻어난다”며 “앞으로도 경제논리가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덮어버릴지” 걱정스러워했다.
‘이명박 댓글 놀이’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 당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감, ‘위장취업’ ‘BBK 의혹’ 등 도덕성에 대한 조롱을 함께 담고 있다. 또 이를 알고도 뽑을 수밖에 없었던 유권자들의 자조와 한탄도 뒤섞여 있다. 이 당선인의 ‘경제 회생’ 공약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고,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의 시선도 있다. 그래서 ‘이명박 댓글 놀이’의 끝에는 어김없이 ‘히든 댓글’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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