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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넨센스] ‘할렐루야’는 살살, 아름답게…

등록 2008-01-05 00:00 수정 2020-05-03 04:25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기도 좀 살살 하세요!” 그렇게라도 외치고 싶었다. 그러니까 때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01년 겨울. 그때 난 거지 같은 몰골로 경찰서 형사계 당직사건 기록부를 뒤지던 수습기자였다. 당직부에는 그날 경찰서로 들어온 사건의 요지와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적어두는 공간이 있었다. 세상에 알려진 모든 불행의 절반은 그 인적사항란에 ‘직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뻥을 조금 섞어 말한다면, 당직부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 1위는 ‘회사원’, 2위는 ‘무직’, 10위는 다름 아닌 ‘목사’였다.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신의 의도였는지 당직부에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대충대충 인생을 살아가는 거리의 장삼이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30대 목사님 한 분께서 우울증에 걸린 여성을 안수기도 하시다가 온몸을 마구 때려 쇼크사에 이르게 하셨다기에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 해보는 말이다.

“아멘! 할렐루야” 기억이 분명치는 않지만 그러니까 다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 일이다. 그 무렵 우리 교회에는 나중에 대법원장의 영광스런 자리에 오르게 되시는 안수집사(일부 교회에서는 장로라고 부르기도 한다)님이 한 분 계셨다. 그분께서 영광스런 대법관의 자리에 오르시던 날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요지의 기나긴 축복 기도를 하셨다. 아, 정말이지 그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우리의 새 대통령께서 몇 년 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하셨을 때 권사이신 우리 어머니는 감격하셨으며, 비판적으로 세상사를 바라보는 직업을 갖게 된 나조차 왠지 모를 흐뭇한 느낌을 감추려 죄없는 어머니를 째려보았더랬다. 다시 시간이 흘러 우리의 새 대통령님께서 며칠 전 장로로 활동하시는 강남의 교회가 베푼 ‘당선 감사 예배’에 참석하셨다. 그는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내가 부정직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라고 말했고, 감격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아멘”을 외쳤다고 한다. 참석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근래 보기 힘든 아름답고 따뜻한 광경이었을 것 같다.

하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랬을 테지. 이제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은 알게 된 것도 같다. 처음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박사학위 논란이 불거졌을 무렵, 그가 보여줬던 뻔뻔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자신감 있는 태도는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는 “내 학위가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그 작업이 ‘삑사리’가 나 거짓말이 들통난 뒤에도 “나도 속았다”는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학위 브로커에 속았다”는 일관된 진술을 했는데, 얼마 전 동국대는 “예일대가 보내온 신씨의 박사학위 증명서 팩스는 예일대 대학원 부학장인 파멜라 셔마이스터가 직접 서명한 진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학위 위조로 시작된 ‘신정아 사태’는 권력 실세와의 로맨스, 그 권력 실세의 권한남용에 이어 예일대 부학장까지 가담한 ‘국제 사기사건’으로 진화한 셈인데. 아, 긴장된다. 또 뭐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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