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ustin22@hani.co.kr
2007년 누리꾼 가슴에 불을 지른 뜨거운 사건도 있었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을 촉촉하게 만든 훈훈한 뉴스들도 많았다.
1.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2007년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군 사건은 무엇보다도 4월의 버지니아 총기참사, 7월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12월의 대선 등이었다.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에서 함께 걱정하고, 참여하고, 해결방법을 논의했다. 다음 아고라 담당 송정민(26)씨는 “아프간 사건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면 하루 8천 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며 누리꾼들의 측은지심을 설명했다.
국가적 대사만이 아니라 개인의 사소한 일들도 주의를 끌었다. 싸이월드 광장의 고명진(31) 대리는 “지난 10월 암으로 숨진 안소봉씨가 기억에 남는다”며 “응원하던 누리꾼들이 직접 찾아가 애도하는 것을 보고 인터넷이 세상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2. 안타까웠던 사건
가장 큰 사이버 놀이판이 될 거란 기대를 모은 대선은 오히려 누리꾼 입에 재갈을 물렸다. ‘걸면 걸리는’ 선거법으로 경찰서에 불려가는 일이 많아지자 ‘행여 귀찮게 꼬일까’ 자기 검열에 나서거나, 아예 ‘절필 선언’을 하는 논객들도 나왔다. 안정순(33) 온라인콘텐츠팀장은 “선관위와 누리꾼들의 마찰이 안타까웠다”며“선거법이 현실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3.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준 사건
12월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건은 ‘재앙’이었지만, 검은 기름띠와 맞선 흰색 방제복의 인간띠는 온 국민의 가슴에 희망을 줬다. 많은 누리꾼들이 사이버를 통해 뭉쳤다. 황금연휴를 반납하고, 자비를 들여 자원봉사에 나섰다. 자원봉사 뒤에는 동영상과 사진으로 후기를 올려 댓글을 단 이들에게 ‘다음엔 함께 가자’고 격려했다.
4. 2007 트렌드
특정한 사람들만의 블로그, 특별한 몇몇이 만드는 동영상이 아니라 ‘텔미 열풍’에서 보듯이 모든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는 시대가 됐다.
랭키닷컴은 2007년 1월부터 11월까지 블로그·동영상 전문 사이트의 방문자가 각각 271%, 1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송정민씨는 “토론 UCC도 양적·질적으로 활발해졌고 다양한 시각을 보여줬다”고 평했고, 고명진 대리는 “태안 자원봉사에서 볼 수 있듯이 온라인에서 이야기하고 오프라인에서 참여하는 모습이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