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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이번엔 ‘거울녀’

등록 2007-12-15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이번엔 ‘거울녀’다. ‘거울녀’라고 해서, ‘거울에 비친 어여쁜 얼굴’을 공개한 여성이 아니다. ‘거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우스꽝스런 표정을 3분 남짓한 동영상으로 담은 주인공을 말한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묻는 ‘왕비과·공주과’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곱상하지도, 어여쁘지도 않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다. 얼굴이 갸름하지도 않고, 쌍꺼풀도 없다. 그나마 꼽을 수 있는 매력이라면, 머리띠를 착용해 앞머리를 모두 뒤로 넘겨 넓은 이마를 훤히 드러낸 것 정도다.

이런 외모에도 불구하고, ‘거울녀’는 인기 집중이다. 지난달 한 포털 사이트에 처음 공개된 뒤 각종 블로그와 게시판에 옮겨지며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30만여 명의 누리꾼이 이 동영상을 보고 열광했다. “콧구멍과 눈썹 장면 너무 웃겨서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하이하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열공쟁이), “대박 웃겨”(에이팡)…. 일반적인 여성들과 달리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얼굴이 망가지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거울녀’ 동영상에는, 네모난 얼굴을 위아래·좌우로 길게 변하게 만들거나, 눈썹과 입술을 찌그러뜨리는 ‘기이한’ 표정들이 담겨 있다. 간혹 코를 벌렁거리거나, 흰 이빨을 드러낸 채 엽기적인 웃음을 짓기도 한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다”면서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나왔다.

그녀는 왜 자신의 이미지를 망쳐가면서까지 이 영상을 만들었을까.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회사 업무 중 필요에 의해 찍었고, 한번 실컷 웃어볼 요량으로 아무 생각 없이 회사 직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쐈는데, 본의 아니게 유명세로 이어졌다”고 한다. 어쨌든 많은 이들이 웃었으니, “웃고 보자”는 그의 의도는 일단 성공한 셈. 다만,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원래 영화든 드라마든 2탄을 만들면 1탄만큼 재미없기 때문”에 ‘2탄’ 계획은 없단다.

‘거울녀’의 실제 얼굴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거울녀’의 정체는 “나이 24살. ㅅ여대 컴퓨터공학부 3년 휴학 중. ㄴ사 근무 중이며, 조만간 4학년 복학 예정. 현재 남친 있음”이다. 그래서 호기심 많은 누리꾼들은 동영상 속 그녀의 이목구비를 조합해 만든 실물 추측성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놓기도 한다. 다행히(?) 이 사진들 속 ‘거울녀’는 얼굴이 갸름할 뿐 아니라 충분히 귀엽다. 누리꾼 사이에서 그녀의 외모가 ‘상당하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과연 ‘거울녀’의 실물은 언제쯤 공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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