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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MB 앞에 무릎팍 팍팍

등록 2007-12-15 00:00 수정 2020-05-03 04:25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따끈한 영화가 훈훈한 감동으로 한파를 녹이고 있다.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한 통의 긴급한 이메일이 날아왔다. (Boiler room) 긴급 방영! 케이블 채널 CGV가 김경준씨가 주가조작의 교범으로 삼았다는 영화를 긴급 편성해 방영한다는 보도자료였다. 2000년 10월 한국에서 개봉했으나 조용히 사라졌던 은 케이블을 타기 전에 정보의 바다부터 달구었다. 주인공 세스 일당이 설립한 유령회사 ‘매드 패턴트 테크놀로지’가 김씨가 주가조작을 위해 설립한 유령회사 이름과 같고, 김씨가 위조한 여권에 나온 ‘지오반니 리비시’라는 이름이 세스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과 같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은 단숨에 ‘핫’한 단어로 떠올랐다. 수순에 따라서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 진입. 긴급 방송이 나간 이후엔, 비비큐(BBQ) 치킨을 뜯으면서 을 보았던 네티즌들의 훈훈한 소감도 퍼졌다. “교본 삼을 만하더라고요.” “잘 보고 당하지 말아야겠어요.” 올해의 티셔츠는 신정아의 MCQ, 올해의 영화는 김경준의 . 역사가 그들을 무죄로 할지는 몰라도 하여튼 채널 CGV가 있어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선관위의 홍길동 후보에게 호부호형을 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었다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는 호모호형을 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었다. 걱정 마시라. 호모(呼母)다. 검찰의 BBK 발표가 나온 다음에 나온 광고에서 이명박 후보가 말하시길, “그들은 어머니를 내 어머니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내 형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DNA 검사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아들을 어여삐 여기셔 남들의 이목엔 아랑곳하지 않고 히딩크 감독과 나란히 사진 찍게 배려했던 애끓는 부정의 소유자, 이명박 후보의 마음이 그동안 오죽 아팠겠는가. 수수했던 그분의 마음을 달래는 이명박 메들리, 이명박 메들리~. 이명박 선본이 공식 지정한 7개의 이명박 송을 메들리로 패러디하자. 아싸~. 이제는 흘러간 유행가, 를 개사한 “명박~ 한번 믿어봐~”로 포문을 여시고 화끈하게 앞길을 밝혀주신 검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도회장 입구에서 봉사하는 자세로 이 나갑니다. “명박 필요할 땐 2번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검찰을 향한 나의 마음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그리고 김종필 선생님부터 김원희 언니까지 쏟아지는 경향각지 각계각층의 지지선언에 살짝 거만하게, “넌 내게 반했어~”. 이어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나왔던 진대제씨도 사실상 지지선언 동참하니 “로꾸꺼~ 로꾸꺼~ 다 2번 2번이다~”로 흥을 돋우시고. 그리하여 그날이 임박했다. MB 앞에 무릎팍 팍팍! “이명박! 이명박!박! 뿌르히히!” 산으로 간다. 나인지, 나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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