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pjc@hani.co.kr
‘전주 ㅎ고등학교 학생 체벌’이라는 제목이 달린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10월 중순부터 퍼지기 시작한 이 동영상은 한 교사가 학생 2명을 때리는 장면이 생생하다. 아침 조회 시간에 교사가 엎드려 있는 학생의 엉덩이를 죽도로 마구 때리고, 맞는 학생이 일어서자 따라가며 머리 등을 무자비하게 때린다. 교사의 폭력은 ‘보충수업에 자주 빠졌다’는 게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37초짜리 이 동영상은 ‘학생 체벌’이나 ‘죽도 폭력’ ‘죽도 교사’ 등의 자동검색어와 꼬리말(태그)을 달고 각 포털 사이트 인기 동영상에 올랐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와글와글’했다. “‘폭력 교사’를 형사 고발해서라도 학교 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과 “(교사가) 이유 없이 때리진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맞섰다.
그러나 정작 동영상을 올린 김아무개군은 “사건의 본질도 모르고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나 누리꾼들의 반응이 오히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군은 “18일 동영상을 올린 뒤 19일 바로 삭제했으나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는 동영상을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군과 우여곡절 끝에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font color="#216B9C">동영상을 왜 올렸나?</font>
=담임 선생님이 평소에 학생들을 때리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은 감정이 좀 앞선 것 같았다. 우발적이었다. 나도 초·중학교 때 많이 맞아서 ‘현장을 고발해야겠다’는 생각에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font color="#216B9C">다음날 삭제한 이유는?</font>
=선생님이 아침에 동영상을 보고 피해 학생을 비롯한 반 전체에 진심으로 사과를 하셨다. 또 학교 체벌을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선생님의 진심을 믿고 삭제했다. 그런데 이 영상이 30일쯤 한 동영상 포털 사이트에 다시 올라왔고, 언론과 방송이 보도를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졌다.
<font color="#216B9C">담임 선생님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font>
=반성은 하더라도 폭력을 행사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당국이 초기에 사건을 파악하고 자체 징계를 내렸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이 확산된 뒤에도 학교는 피해 학생이나 선생님을 걱정하기보다 학교 이미지만 신경쓴다.
<font color="#216B9C">댓글을 단 누리꾼들에게 하고픈 말은?</font>
=무턱대고 선생님이나 피해 학생들을 비난하는 댓글이다. 선생님과 학생 중에 누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다. 학교 폭력을 어떻게 없앨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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