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고고씽[gogossiŋ] 명사
인터넷 신조어. 영어의 ‘Go’(가다)에서 파생된 단어로 ‘시작하자’ ‘가자’ ‘출발하자’ 등을 뜻한다. ‘고고싱’으로도 쓰인다. 스케이트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비유한 단어 ‘~싱’을 접미사로 활용해 만들었다는 설과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인기 캐릭터 ‘싱하형’의 ‘싱’을 써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그 외에 롤러스케이트를 소재로 한 모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2006년부터 일부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뒤 한 해 만에 새 책의 제목으로, 홍보지의 문구로, 기업의 행사명이 되어 노출 수위를 올리고 있다.
2006년 가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어느 후보의 선거본부 이름은 ‘처음처럼 고고싱’이었다. 2007년 5월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축제 이름은 ‘2007 고고씽 대동제’였다. 6월에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에서 연 전시 행사는 ‘고고씽! 컨버스 놀이터’였고,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가 만든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하나TV 고고싱’이었다. 8월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선 손학규 후보 지지자가 ‘하큐형 고고씽’이란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몇 명이 즐거워하면 전국에 소문이 퍼지는 건 하위문화의 토양이 척박한 한국 사회의 일상이다. 디지털 카메라 판매 사이트로 시작한 디시인사이드는 놀이 문화의 대명사가 됐다. 제각기 만진 글과 그림을 던지면 언론이 달려들어 주워담았다. 지난 7월 디시인사이드가 이용자 1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즐겨 쓰는 인터넷 용어’ 1위엔 자음 표현(‘ㅋㅋ’ ‘ㄱㅅ’(감사) 등)이, 2위엔 ‘고고싱’이 꼽혔고, 이는 다시 언론을 통해 기사화된다. 한글날이 되면 순우리말 대결이 펼쳐지고, 한글 지킴이들은 ‘고고씽’ 같은 신종 언어가 곰살갑고 아니꼽다. 하지만 정작 누구도 교수가 쓴 영문 직역 문장을 탓하진 않는다. 고고씽만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을 의미하는 인터넷 신조어) 취급 말고 말살이 다시 생각해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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