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지난주 ‘굿 뉴스’가 연달아 날아들었습니다. 먼저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의 연내 핵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담은 2단계 비핵화 합의문서가 나왔습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에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 남북 정상선언’에 서명했습니다. 한반도에서 60년 가까이 이어져온 냉전적 대립 구도의 해소와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두 과제를 ‘선순환’시키는 획기적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동안 참 힘들었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민족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 문제인지라, 남북은 물론 미국 등 주변 핵심 이해당사국들의 동의와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2인3각’보다 훨씬 힘든 ‘3인4각’이나 ‘4인5각’ 경기인 셈입니다. 하지만 남북, 북-미, 한-미 등 각 주체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자꾸 엇박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어렵사리 함께 발목을 묶었어도 넘어지기 다반사였고, 앞으로 가기는커녕 뒷걸음질치는 일조차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불협화음의 뿌리는 불신과 대결이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맞선다며 핵 카드에 매달렸고, 미국은 북한을 ‘불량국가’로만 치부하며 압박했습니다. 양쪽이 ‘눈에는 눈’식의 대립으로 점철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결 구도 속에서 남쪽은 아쉽게도 ‘방관자’ 신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랬던 만큼 베이징·평양 합의는 한반도 상황의 질적 전환을 예고합니다. 이 땅이 지구촌 유일의 ‘냉전의 섬’에서 평화번영의 상징으로 탈바꿈하는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북한과 미국 등 3~4개국 정상들이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것은, 남쪽을 한반도 미래를 결정하는 진정한 주체로 자리매김시킨 것이라 반가운 일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두 합의를 이행하고 구체화하는 일입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걸림돌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서로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미국은 ‘CVID’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핵 프로그램을 철저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고(verifiable) 돌이킬 수 없게(irreversible) 폐기(dismantlement)하라는 것입니다. 좀 우스운 비유일 수 있지만, 이제 남북과 미국 등 이해당사국엔 ‘CVII’ 의무 같은 게 지워졌다고 생각합니다. 2단계 비핵화 합의와 평화번영 선언을 철저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게 ‘실천’(implementation)하는 것 말입니다.
이번호부터 칼럼 필진이 일부 바뀝니다. ‘노 땡큐!’를 맡아온 이란주·김규항씨가 차례로 마감합니다. 그 뒤는 백은하 〈매거진t〉 편집장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잇습니다. 박노자 교수도 ‘동아시아 근현대 탐험’을 마칩니다. 박 교수는 대신 민족주의에 치우친 고대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도전적 칼럼 ‘거꾸로 본 고대사’로 새롭게 여러분을 만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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