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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이명박씨의 뉴타운 운동

등록 2007-10-05 00:00 수정 2020-05-03 04:25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아니 그분이 또다시 무슨 말 못할 말실수를 했다는 말인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씨는 남들이 “존경하는 지도자가 누구냐”고 물어서 그저 “인도의 간디, 국내에서는 안창호씨를 존경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이명박씨의 평소 어법을 어쩌란 말인가. 말투도 죄인가? 조만간 부시 대통령과 ‘미팅’을 가지는 이명박씨는 익숙한 ‘미쿡’ 식으로 ‘미스터 안창호’를 직역해 ‘안창호씨’로 불렀을 뿐이다. 그런데 ‘씨’ 하나 붙였다고 ‘씨씨’거리는 민주신당 선생들이 더욱 웃긴다. 미국식 평등주의 호칭문화도 모르며 존댓말이 불러온 위계의 부작용도 모른단 말인가. ‘씨’ 하나 붙였을 뿐인데 견강부회가 심하다. 안창호 뒤에 ‘선생님’ 안 붙이면 “천박한 역사의식을 드러냈다”가 되는가? 아니 도대체 민주신당 선생들이 이명박씨가 말하는 안창호씨가 도산 안창호 선생이라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도곡동의 안창호씨, 점촌시의 안창호씨일지 어떻게 아느냐 말이다. 안 그래, 명바기형?

‘아니 벌써’ 정권 교체가 됐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어찌나 정권 교체의 열망이 강한지 그들은 혹시나 이미 벌써 정권 교체가 됐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 청와대가 일언지하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할 기사를 썼을까. 아무리 신자유주의 정권이라지만 그래도 좌파 신자유주의라는데, 노무현 정부가 북조선에 새마을운동을 권유할 리는 없지 않을까. 혹시나 명박이 형이라면 모르는 일이다. 이명박씨는 ‘새마을운동’ 번역하면, ‘뉴타운 운동’ 아니 ‘뉴타운 개발’을 북조선에 수출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는 세상이 아직은 바뀌지 않은 줄도 모르고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새마을운동을 북한에 수출할 계획이라는 ‘오버’를 하지 않았을까. 하마터면 덕분에 북조선에 새마을운동을 수출할 뻔하다니, 정말로 하마터면.

역시 중화의 품은 넓고도 넓도다. 어찌나 오지랖이 넓은지 아시아의 독재정권도, 아프리카의 학살정권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따뜻한 품에서 숨을 헐떡이며 연명한다. 민주화 시위를 짓밟는 버마의 독재정권이 기댈 최후의 언덕도, 다푸르 학살을 배후조종하는 수단의 무슬림 정권도 중국의 넉넉한 품이 아니면 어찌 생존할 수 있으리오. 유엔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으로 떡하니 버티는 거인, ‘중궈’가 끝까지 그들에 대한 제재에 “노” 하는 덕분에 그들의 숨통이 트이지 않는가 말이다. 중국이 나쁘다고? 천만의 말씀! 오늘날 중국은 반미의 전사가 아니던가. 수단? 버마? 쟤들 정부가 나쁘다고? 천만의 말씀! 미국이 쟤들을 무너뜨리려고 하잖아! 쟤들을 미워하면 미제의 의도에 놀아나는 거야! 그렇게 중화의 제국은 이름도 아리따운 반미로 이따금 정당화된다네. 아무리 포스트모던한 시대라지만, 버마의 이권과 수단의 석유에 놀아나는 사회주의 정부라니,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 오호 통재라, 어제오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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