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pjc@hani.co.kr
“그쪽에서 인질 안 내놓으면 내가 대신 인질되고 그 사람들 좀 풀어줄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우리 비서에게 함 해볼까 했더니….”(웃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인질들 대신 내가 인질이 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8월29일 연희동 자택을 방문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아프간 피랍 사태를 화제로 올려 이야기하다 문제의 발언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난 특수훈련도 받고 해서 그 친구들(탈레반)한테 가면 생활하는 데 젊은 사람들보다 나을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비서관보고 그거 해볼까 했었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리송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사실이 언론 보도와 동영상을 통해 급격히 퍼지면서 포털 사이트에선 ‘전두환 인질’이라는 자동 검색어까지 생성됐다.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에선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내가 인질로 가겠다!’는 합성사진이 등장했다. 1만원권 지폐에 전씨의 얼굴을 넣어 29만원으로 둔갑시킨 ‘전두환 29만원권’ 합성사진도 다시 인기를 끌었다.
누리꾼들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농담이지만 전직 국가원수가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전직 대통령이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나눌 이야기가 아니다. 실망이다.”(quartzja) “배꼽이 빠져야 하는데, 눈물이 나는 이유는? 감동인가, 비애인가.”(joks0119)
전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말한 것을 비틀어 ‘인질 발언’을 조롱하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29만원으로 아프가니스탄까지 편도 항공권을 끊었다는 것이 사실인가?”(feq) “진짜 가겠다면 29만원보다 비싸더라도 비행기표를 끊어주고 싶다. 모금운동이라도 벌이자.”(지금이라도)
이처럼 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비난을 넘어 웃음거리로 전락한 가운데 ‘인질 발언’을 찬양고무하고 나서는 무리가 있었다. 최근 ‘일해공원’ 논란이나 영화 논란에서 전 전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선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cafe.daum.net/leejongpirl)는 세상의 비웃음에 아랑곳없이 카페에 모여 댓글로 ‘전비어천가’를 읊었다.
“역시 뭔가 다르십니다. 다른 사람들은 숨만 죽이고 있는데….”(한우리) “눈치만 보는 기회주의자들과는 다릅니다. 솔직 담백한 심사를 말씀하셨군요.”(보수사랑) “각하는 귀하신 몸이십니다. 국가 망신시킨 놈년들께 관용을 베푸시면 안 됩니다. 각하께서는 소중한 존재이십니다.”(suedae kim)
그가 대낮부터 생뚱맞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것이 전사모의 든든한 후원 덕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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