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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넌센스]무서운 네버랜드

등록 2007-06-29 00:00 수정 2020-05-03 04:25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역시나 대단해. 인종의 역전을 오늘에 이루어내시는 쾌거를 이루니. 반만년 역사에 한민족이 백인을 상대로 이토록 큰소리친 역사가 또 있던가.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외국인 무용수들이 그들을 에버랜드에 파견한 동일엔터테인먼트와 맺은 계약서를 노동·인권단체는 ‘현대판 노예 계약서’라고 부른다지. 백인을 노예처럼 부리다니 정말로 대단해, 무서워. 인종의 역전이 놀라워. 계약서 내용은 더욱 놀라워. 배우가 다쳐도 업체엔 책임이 없고, 두 명 이상 집단행동하면 추방할 수 있고, 머리 염색에 불응하면 벌금도 매긴다지. 이렇게 데려온 다국적 무용수 150명. 그중의 상당수는 백인이라지. 아예 150명을 늘려서 무용수 전사 ‘300’을 채우심이 어떨지. 하여튼 이상한 나라, 네버랜드~. 무서워 무서워.

맨얼굴과 맨손의 결투에서 결국에 누가 이길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구의 쌩얼이 제일 예쁘니?” 거울이 만약 “이영애”라고 답한다면 누군가 거울을 깨버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쌩얼에 어찌나 자신이 있는지 “저는 언론에 제 쌩얼을 더 많이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박근혜 후보가 과감하게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쌩얼을 보이기 어려운 ‘화장발’ 정치인도 있다는 말씀, 정녕 이명박 후보의 얼굴이 쌩얼이 아니라 화장발? 아니 화장발이 그렇다면 쌩얼은 도대체? 도대체 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누구란 말인가? 세상을 어찌 살았기에 이영애의 마연희 같은 ‘지인’도 없더란 말인가? 외로워도 슬퍼도, 그분은 쌩얼에 맨손으로 맞선다. 이명박 후보는 “일생을 살면서 그릇 깨는 실수, 손 베이는 실수를 나도 모르게 했을 수 있다”는 커밍아웃으로 선방을 날렸다. 그러니까 죄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는 경고장. 이어진 후속타는 “저도 아무것도 안 하고 귀하게 자라났으면 찬물에 손 넣을 일도, 다칠 일도, 그릇 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섬섬옥수 비판론을 제기하며 섬섬옥수 그분에게 깨진 그릇조각을 날렸다. 혹시나 그녀의 쌩얼이 다치진 않을까.

그들의 탈당은 위장이 아닐까. 그들은 열린우리당에서 몸이든 마음이든 떠나고 나서야 진정으로 ‘열린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독수리 5형제(이름도 거룩한 김원기, 정대철, 문희상, 김근태, 정동영)가 ‘열린우리’의 정신으로 민주당에 분당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이토록 결연한 사과가 역사에 흔하였던가. 이토록 치열한 ‘열린우리’의 정신으로 싸움박질 과거마저 껴안은 정치가 흔하였던가.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추억도 바꾸고 영혼도 팔겠다는 파우스트들의 결단을 보라. 노무현만 아니면 누구라도 괜찮다는 대승적인 자세를 보라. 저분들이 민주당을 뛰쳐나오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무상해도 지역주의는 유구하다. 다이내믹 대한민국이 이래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다가, 아무리 다이내믹해도 변하지 않는 하나는 있다는 사실에 오호 통재라! 그대의 이름은… 무섭다…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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