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justin22@hani.co.kr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남들은 어떻게든 취직을 못해 안달이라는데, 한 대기업을 떠난다며 쓴 사직서가 화제가 됐다. 이 ‘용감한’ 사직서는 지난 5월 초 삼성 내부 게시판에 올려진 뒤 블로그 등을 통해 인터넷에 퍼지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삼성물산 신입사원의 눈으로 본 특유의 조직문화, 회사에 입사한 후 누구나 해봤을 고민을 담고 있기에 특히 직장인들의 공감이 크다.
이 ‘전직’ 사원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다고 말한다. “술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전부 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또 변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끓는 냄비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에 빗대어 말하면서 “5년 뒤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과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라고 비판한다.
그는 또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년 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라며 사표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직서를 내자 ‘네가 바꿔봐라’라는 말로 잡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글쓴이는 이렇게 끝맺는다.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 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이 ‘사직서’에 댓글을 달았다. 때론 ‘요즘 젊은이’의 참을성 없음을 비판하는 글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무조건 참고 생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직장인의 98.5%가 앞날에 대한 걱정과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직장 사춘기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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