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병역특례인가 병역특혜인가. 서울의 유명대를 나와서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아무개씨. 그의 별명은 박 병장. 유난히 ‘군바리’스러워 지어진 별명이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사연이 구슬프다. 박 병장은 그의 팀에서 현역으로 복무하고 제대한 사람이 그밖에 없어서 붙은 별명. 눈치 빠른 동료들은 병역특례로 앉아서 근무하면서 김 대리, 이 과장으로 제대했으나 박씨만 총 들고 ‘뺑이’를 친 것이다. 박 병장, 그리하여 상처뿐인 별명을 얻었다. 게다가 나이가 비슷한 김 대리, 이 과장이 병역특례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아 저 멀리 앞서서 승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흑흑흑~. 유명대를 못 나와서 병특 받은 친구조차 없는 우리들은 헉헉헉~. 군대 가서 뺑이 치는 당신이 싸이코? 병역특례 받아서 인생 즐기는 당신이 챔피언!
나 완전히 새됐어~. 그러게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짭새가 말하지 않았던가. 작금의 수사 열풍에서 병역특례자로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아무개씨. 하필이면 생계형 병역특례자다. 암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학원강사로 생계를 이으려고 병역특례 업체 사장에게 3900만원을 건냈다. 물론 병특업체가 아니라 학원에서 근무했다. 이렇게 병역특례 위반 처벌조차 트렌드에 따라서 양극화된다. 생계형 병역 기피는 ‘얄짤 없이’ 처벌받고, 웰빙형 병역 기피는 처벌받을지 않을지 모른다. 역시나 군대에는 계급이 있다. 이병, 일병, 상병 같은 계급이 아니라 하층, 중산층, 상류층 같은 계급 말이다. 권아무개씨, 감히 상류층도 연예인도 아니면서 병역특례를 하려고 하다니, 무엄하다.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법은 가난한 자를 처벌할 때만 만인 앞에서 평등하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자본가여 먹지도 말라!” 199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민중가요 의 가사다. 세월은 흘러서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노동자는 철밥통으로 비판받고, 회장님은 일하는 자의 상징이 됐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니 회장님 출신의 자랑도 장난이 아니다. 현대건설 회장 출신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말끝마다 일 자랑을 달고 다닌다. 경부운하를 비판하면 “내가 그런 유사한 일을 얼마나 많이 해봤는데 나보다 일을 더 많이 한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일 자랑을 일삼는다. 일을 많이 하면 신기도 생기는지 “많은 일을 해본 사람은 (성공을) 짐작한다”고 덧붙인다. 일전에도 “70∼80년대에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산업화 세력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꾸짖은 전력이 있지 않은가. 이러니 이 전 시장을 말릴 방법은 단 하나, 그보다 일을 많이 한 사람을 찾아내서 그분의 준엄한 평가를 듣는 일이다. 그리하여 그분이 인정할 일꾼이 누굴까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없다……. 왕회장, 박통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 전 시장보다 일을 많이 해서 ‘말발’이 먹히는, 일등을 일일이 꾸짖어주실 일꾼을 찾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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