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예산을 초기부터 감시하며 말뿐인 예산 배정을 지적해왔다. 한겨레21과 공동으로 2022년 11월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분석하기도 했다. 재정·경제 전문가인 그에게 12·3 내란사태와 그 영향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특히나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3일 계엄령을 선포하며 “야당의 예산 폭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 위원은 “예산 삭감했다고 쿠데타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을 꼭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이 위원과의 일문일답.
—국내 증시가 탄핵 정국에서 크게 하락한 뒤 반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
“금융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예측 불가능성이 회복될 때까지는 당분간 금융시장은 계속 안 좋을 수밖에 없다.”
—그게 시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나는 삼성전자 주식을 안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떨어져도 상관없다’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이 환율 문제는 전 국민이 다 손해를 본다. 지금 환율이 오르고, 원화 가치가 내려가고 있다는 얘기는 전 국민이 내가 받는 월급의 가치가 내려간다는 얘기다. 달러로 환산해서 살 수 있는 애플 기기, 테슬라 전기차 등 수입 품목 구매력이 낮아진다는 거다. 국민이 모두 슬퍼진다.”
—한국은행은 내란 사태 이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닷새 동안 환매조건부증권(RP) 14조원을 매입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일정 기간 이후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증권을 되사는 행위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면 당연히 단점도 있을 수밖에 없다.(일반적으로 단기간에 많은 돈이 시장에 공급되면 물가상승과 환율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예측되는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유동성이 너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환매조건부증권을 매입하게 되는 것이다.”
—예산 전문가로서 계엄 선포 때 윤 대통령이 야당의 ‘예산 폭거'라는 명분을 들고나온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년 여야는 예산안 협상을 한다. 극단적 언사를 불사하며 협상한다. 치킨게임(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겁쟁이'가 되는 게임. 만약 둘 다 핸들을 꺾지 않으면 충돌해 모두가 피해)으로 해석된다. 전략적인 행위이고, 매년 ‘극적 타결'이 되지 않나. 정치적 관행이고, 다선 의원들은 다 아는 조처다.”
—정부 원안에서 4조1천억원 감액된 예산을 더불어민주당이 2024년 11월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12월10일 본회의 통과)
“실제로 야당이 많이 감액했다는데, 뭘 감액했는지 따져야 한다. 가장 많이 삭감한 건 예비비인데, 예산심의권을 원하는 국회는 줄이자고 하고, 정부는 늘리자는 게 당연한 거다. 예비비 삭감은 악이 아니고 예비비 증액도 악이 아닌, 굉장히 정상적인 정치적 타협 과정에 있었다.”
—그럼 내란 사태는?
“정치적으로 학습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니, 판단하지 못해서 굉장히 광분한 거다. 예산안 절차도 관행도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 대통령이 내란을 저지른 거다. ‘솥뚜껑’을 보고 ‘기관총’을 쏜 거나 다름없다. 야당이 극단적인 전략을 취한 것은 맞지만,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보는 대통령과 타협할 수 있겠나. 정치적 타협이 가능한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은 예산이든 금융이든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란 시도 이후 우리나라는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태로 진입했다. 1987년 이전의 선악 구도 논쟁 수준으로 회귀했다. 한겨레21은 주간지답게 이 사태 수습 이후 중장기적 미래 비전까지 담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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