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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 사전] T.O.[tio] 명사.

등록 2007-06-08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T.O.[tio] 명사. 티오

일정한 규정에 따라 정한 인원, 즉 ‘정원’을 의미한다. “티오를 늘리다” “티오가 없다” “티오가 꽉 찼다”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티오는 ‘Table of Organization’의 T와 O를 따서 만든 말이다. 요즘은 사회 전반에서 두루 쓰이지만 원래 군대 내 물자와 병력 수 등을 상세히 정리해놓은 부대 편성표를 의미하는 군사용어이다. ‘Table of Organization and Equipment’라는 정식 명칭으로 쓰인다.

숨겨진 티오의 어원을 좇는 자가 최근 나타났으니 ‘병역특례’ 비리 의혹 가수 싸이이다. ‘병역특례’는 대한민국 국방부 티오에 등록된 합법적 단어이니 ‘병역특혜’와 헛갈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병역특례 제도에 따라 병역특례 지정업체에 들어가 군 복무하는 병역특례자가 알고 보니 자기의 티오를 임의로 만들어 대충 때우는 것이라면 ‘병역특례’는 ‘병역특혜’라는 불법 행위로 탈바꿈된다. 싸이의 티오는 특혜성 특례일까, 불법 티오일까. 세상이 시끄럽다. 한편, 병역특례 업체와 비병역특례 업체 간의 ‘티오 거래’도 수사대상으로 떠올랐다.

쉽게 줄어들고 늘어나는 티오의 고무줄을 잡은 자가 권력자다. 그래서 청와대에 위원회들이 줄기차게 늘었던가. 청탁하는 이가 느는 곳에 티오가 는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5월31일 대규모 당 대선후보 경선대책위원회를 공식 발족하면서 대책위 명단이 하루 동안 세 차례 수정됐다. 문화예술지원단과 한반도대운하추진단이 갑자기 후보지원 조직에 추가되기도 했다. 어쨌든 대통령 시켜달라고 청탁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 국민들에게 찔러주는 게 많다면 눈 딱 감고 둘셋쯤 티오를 늘려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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