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분은 각종 자격을 두루 겸비한 분으로, 자격이 많아서 자랑도 많은 분이다. 그분이 자랑하는 자격의 종합선물세트에는 각종 ‘주류’들이 담겨 있다. 서울의 유명대 출신 수백억대 부자로 이성애자(로 추정되며) 비장애인 기혼 남성이니 계급, 지역, 학벌, 성별, 성 정체성, 혼인 여부, 장애 여부에서 주류 중의 주류 중의 주류다. 정체성이 온통 주류인 탓인지 그분은 남들이 주류를 마셔야 할 수 있을 법한 말을 평소에 아낌없이 하신다. 하기야 자랑거리가 많으니 자격을 따질 수밖에 없다는 변론도 있다. 그분은 그냥 자기 얘기를 했을 뿐인데 괜스레 가슴에 못 박히는 ‘니들’의 탓이라는 책임론도 있다.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해서 비혼의 가슴에 못을 박으시고, “부실 교육의 핵심은 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시골 출신이라는 데 있다”고 해서 촌놈들 마음에 ‘기스’를 내신 그분의 어록은 오늘도 인구에 회자된다.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신 탓으로 열심히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의 설움을 몰라서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는 자랑도 하셨다. ‘노가다’ 출신이라 못질에 능하신 것이 아닌가 의혹이 들지만, 확인은 어렵다. 심지어 그분의 영문 이니셜인 ‘MB’가 본인의 주장처럼 “Be a ‘MB’itious”의 ‘MB’가 아니라 “못 박아”의 ‘MB’라는 억측이 떠돈다.
이번에도 건설왕자는 하나의 인터뷰에서 쌍못을 박는 진화된 묘기를 선보였다.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낙태는 기본적으로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라고 해서 480만 장애인의 가슴에 못질 하나, “내가 기독교 장로이기 이전에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죠. 그래서 동성애에는 반대 입장이죠”라고 해서 480만 동성애자의 가슴에 못질 하나, 하나의 인터뷰에서 두 개의 못질을 하셨다(장애인과 동성애자 인권운동은 각각 인구의 10%가 장애인, 동성애자라고 추정한다. 그래서 480만 명). 동성애자와 장애인들은 “이것은 못질이 아니라 못할 짓”이라고 항의했지만, 그분은 못질을 그만두겠다는 변명도 못할 짓을 했다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열받은 한국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마침 5월17일 ‘국제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그분의 홈페이지에서 못질에 맞서는 ‘오바로크’ 시위를 벌였다. 그분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동성애자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오바로크’ 치실 분은 절대 아니니, 그분의 어투를 빌려서 못질당한 자들의 비명이라도 들려주자. “나처럼 동성애를 해봐야 차별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나처럼 장애를 겪어야 고통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나처럼 빈둥거려봐야 실업의 설움을 말할 자격이 있다” “나처럼 시골에서 살아봐야 촌놈의 설움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차별과 고통과 설움을 사뿐히 즈려밟고 지지율 선두의 영광에 취해서 주류의 한길을 가시는 저기 그분, 왕자님 귀는 당나귀 귀?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친구’ 선관위 사무총장도 ‘부정 선거론’ 반박했다
‘뿔 달린 전광훈 현수막’ 소송…대법 “공인으로 감당해야 할 정도”
당진영덕고속도로서 28중 추돌…눈길 교통사고 잇따라
서부지법, ‘윤석열 영장판사 탄핵집회 참석 주장’ 신평 고발
“새해 벌 많이 받으세요”…국힘 외면하는 설 민심
내란의 밤, 불난 120·112…시민들 “전기 끊나” “피난 가야 하나”
중국 개발 ‘가성비 최강’ AI 등장에…미국 빅테크 ‘패닉’
민주 “윤석열 기소 부정하며 조기대선은 하겠다는 국힘 한심”
‘사랑과 전쟁’ 시어머니 배우 장미자 별세…향년 84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