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스나미 게스케. 올해 29살 된 이 일본인 청년의 이름에 이번 656호부터 익숙해지실 겁니다.
일본 에히메현 에서 기자로 일하다 주한미군 기지와 일본의 전후 보상 문제 등을 탐구하기 위해 2006년 6월 한국에 온 그는, 이제 한-일 두 나라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모색하는 의 새로운 작업에 참여합니다. 스나미 기자는 길윤형 기자와 ‘2인3각’을 이뤄, 갈등의 중심인 야스쿠니신사 문제에서 첫발을 내딛습니다. 목적지는 한-일 두 나라, 나아가 한-중-일 동북아 3국의 평등한 공생과 협력입니다.
야스쿠니신사를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야스쿠니신사는 법적 지위가 일개 종교법인일 뿐이지만,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입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부터 특히나 뜨거운 논란이 돼온 신사참배 문제는, 미-일 동맹을 토대로 평화헌법의 족쇄를 풀고, 자위대가 정식 군대인 정치·군사 대국으로 나아가려는 일본의 보수·우경화 흐름과 직접 맥이 닿아 있습니다. 25년간 일본에서 활동한 언론인 채명석씨는 저서 에서 일본 최고 정치 지도자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한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아가며 과거사를 사죄하는 척하는 ‘약자의 정치’가 아니라 ‘혼네(본심)의 정치’, 즉 ‘강자의 정치’로 일본이 변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동아시아의 연대와 발전에 분명한 장애물입니다.
좀더 직접적인 계기도 있습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2월27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엔 의미 있는 소송 하나가 제기됐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나 군속으로 끌려가 희생된 한국인 유족 등 11명이 야스쿠니신사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합사자 명단 말소(합사 취하)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입니다. 소송을 낸 11명 가운데는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전사자로 처리돼 합사된 군속 김희종씨도 포함돼 있습니다. 김씨와 같은 ‘황당한’ 생존 합사자로 확인된 이는 현재 11명입니다. 스나미 기자와 길윤형 기자는 전국을 돌며 이들 생존 합사자를 만나, 그들의 기막힌 60여 년 삶을 기록에 담았습니다.
은 이와 함께 유족·생존자의 합사 취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이 캠페인의 모금액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재판의 경비를 지원하고, 동북아 3국의 공생·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활동에 쓰일 계획입니다. 캠페인은 한국의 민족문제연구소, 일본에서 합사 취하 소송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인 ‘노합사’(No 合祀)와 공동으로 진행됩니다. 일본 쪽에서 보자면, 이번 캠페인은 많은 일본인들을 역사의 멍에에서 풀려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일 두 나라의 평화·양심 세력이 연대하는 이번 캠페인을 짊어진 스나미 게스케는 ‘아름다운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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