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hope@hani.co.kr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의 맹랑한 주인공 고양이를 기억하는가. 서울 광운대에 이 고양이가 ‘환생’한 듯 몇 년째 심상찮은 행보를 계속하는 고양이가 있다.
인터넷에 사진이 공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고양이는 ‘비마타이거’로 불린다. 학번으로 치면 99학번이란다. 1999년부터 이 대학의 비마관이라는 공과대 건물에 기거하며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비마타이거의 ‘개인기’는 엘리베이터 타기다. 학생 무리에 섞여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면 올라타서 원하는 층에서 내린다. 엘리베이터에 맛을 들여서 계단으로 걸어 내려오는 ‘고양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연구실에 갈 때도 독서실을 드나들 때도 항상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강의는 ‘땡땡이 치고’ 동아리방에서 펼침막을 뒤집어쓰고 곤히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이 학교 졸업생을 상대로 추가 취재를 한 결과, 동아리방에서 술자리가 벌어지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함께 여흥을 즐긴단다.
광운대 안에서 ‘명물’로 학생들의 귀여움을 받아오던 비마타이거는 최근엔 뭇 누리꾼의 관심까지 끌게 됐다.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 덕이다. 의젓한 자세로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과 변기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99학번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대접을 하는가 하면, “화장실 문도 열어드리고 수도꼭지 틀어서 목도 축여드리고 독서실의 뜨뜻한 바닥에서 주무실 수 있게 해드렸다”며 한술 더 뜨는 댓글이 붙었다. 캠퍼스에서 비마타이거와 ‘추억’을 나눈 이들의 수다에는 정겨움이 묻어 있다. 변기에 머리를 박고 있는 사진을 보고 ‘코드중독’이라는 누리꾼은 “물을 마시는 게 아니고 과음해서 구토하는 거 아닐까?”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같은 모습에 인정 많은 누리꾼들의 댓글. “광운대 분들, 고양이 물그릇 좀 만들어주세요~.” 일면식이 없어 비마타이거의 정체를 모르는 누리꾼들이 “고양이 한 마리 가지고 왜 야단들이냐”고 핀잔을 주는 댓글을 더러 달기도 했지만, 대체로 “귀엽다”는 반응이다.
비마타이거는 엉뚱하게 예비역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예비역 누리꾼들에게 군대에 두고 온 ‘짬타이거’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 거다. ‘우리부대’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이 “울 부대 짬고양이는 우리랑 같이 구보한다”고 자랑하자, 이어지는 댓글에는 “울 고양이는 취사 지원도 한다”고 맞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기 게양식에도 같이한다”거나 심지어 “신병을 갈구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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