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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그 재태크, 눈부셔서 못보겠네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야!” 알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둘러싸고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수천 개의 정보들을 토해냈다. 기자들은 협상의 매 순간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와 나름대로 선을 대고 있는 협상단 관계자들의 손끝의 떨림을 재빠른 크로키 솜씨로 묘사했다. 정보들은 서로 보완적이며, 때로는 충돌하고, 이따금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정보들에는 계통이 없다. 계통 없는 정보들이 뒤섞여 내는 아우성에 피가 마른다. 신문사들은 두 개의 제목을 뽑아두고 협상을 지켜봤다. 진보적 매체들은 협상이 타결되면 머리 제목을 “그들만의 협상 끝났다”로, 결렬되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로 정해뒀을 터였다. 한-미 FTA에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심장이 날카로운 것에 콱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서울, 잔인한 4월의 문턱에서.

그 사람들 아무래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국가청렴위원회는 이제는 교주로 거듭나신 ‘영롱이 아빠’ 황아무개씨의 구라 논문 사건의 진상 파악에 큰 공로를 세운 문화방송 팀의 PD에게 부패 방지 유공 정부 포상 신청을 한다. 아니 이럴 수가! 포상자 명단을 받아든 행자부 공무원들은 청렴위의 닭짓에 손끝을 파르르 떤다. “이 사람들, 공무원 짠밥을 X구멍으로 처먹는가.” 대한민국 공무원은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우리는 잘못 없다”고 버텨야 한다. 그들에게 훈장을 주는 것은 황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서 정부가 헛짓거리를 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 방법? 간단하다. 위원회를 열어 “훈장을 주지 말라”고 결정하면 된다. “위원회가 그렇게 결정한 것을 우린들 어쩝니까.” 소낙비처럼 잠시 쏟아지는 비난은 위원회에 돌아가고, 위원회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런데 걱정이다. 순진한 청렴위 사람들,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있을까.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고 돈도 벌어본 놈이 번다.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들의 지난해 재테크 성적표는 A. 1년 동안 재산이 1억원 이상 늘어난 사람이 세 명 가운데 두 명꼴이라고 한다. 비결은 일단 분산 투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 공직자 가운데 재산 증가 상위권에 드신 어르신들은 부동산·주식·예금 등 특정 자산에 치우침이 없이 고르게 자산을 보유하고 계셨던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한 리스크 헤징’에 성공하신 어르신들께 박수… 를 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사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어르신들 대부분 강남 등 요지에 집과 땅을 가지고 계셨고, 미친 듯했던 부동산 광풍에 사뿐히 엉덩이를 걸쳐 평가차익을 얻으신 것. 돈이 돈을 낳는데 먹고 죽을 돈도 없는 가난한 서민들이 부동산·주식·예금에 분산 투자할 돈이 어디 있겠는가.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그만하고, 로또에 집중하자. 로또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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