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일반적으로 두 사람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를 의미하나 근래 언론에 인용되는 이 단어는 통칭 올해 12월19일로 예정된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뛸 정당 내 대표주자를 결정하는 각 정당의 선거를 뜻한다. 필자 같은 30대의 평범한 여자가 진지하게 ‘경선’이라 한들, 열에 아홉은 친구 이름 불렀다고 여길 터이니, ‘소리’보다 ‘글자’로 존재하는 게 편한 이 시사용어는 서민의 실생활과 거리가 있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시청자가 곧 국민이 되는 텔레비전 보급률 100% 시대에 국민들은 현실 속 경선보다는 텔레비전 속 경선에 더 열을 올렸다. 시청률 20%대의 기록을 찍고 지난 3월11일 종영한 문화방송 의학 전문드라마 은 외과 과장 경선 과정을 통해 권력을 갈망하는 자들의 일희일비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드라마처럼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지지 못한 현실 속 경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흥행 요소가 많은 정치쇼가 ‘경선’이다. 선거운동 일자와 선거인단, 선거일을 법으로 못박아놓은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와 달리 지극히 사적으로 자유롭게 진행되는 이 시합에선 규칙이 느슨하다 못해 정해진 게 없어 그때그때 달라 ‘규칙 정하기’가 ‘후보 정하기’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된다. 또한 프로야구가 놀랄 팀 재량권과 선수 재량권으로 인해 정당의 창단과 해체, 선수의 이동이 시즌 중에도 불쑥 일어나면서 관람객의 허를 찌른다. 우린 그저 화장실 갔다 온 사이 선수의 유니폼 색깔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부진하니 필름을 낭비하는 지지부진한 ‘낙산사 칩거’ 장면 대신 ‘외과수술’ 같은 이유 있는 장면을 만드는 게 해답.
경선의 어느 승자가 대선의 승자가 되어 앞으로 수년간 우리 삶의 집값과 세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면 우린 현실의 인물들에게 윤리와 수술 능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즈음 되면 경선도 다만 ‘글자’가 아닌 ‘숫자’의 문제가 되고, 이 단어는 서민의 실생활과 가까운 단어라고 말하는 게 교과서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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