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진환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soulfat@hani.co.kr
항상 그 자리에 있기에, 그래서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버스 손잡이’가 별안간 누리꾼의 주목을 받았다.
누리꾼의 눈에 ‘버스 손잡이’가 등장한 것은 2월22일. 서울시는 시민들의 시정 아이디어를 수렴하려고 만든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올라온 의견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7가지를 뽑아 발표했다. 문제의 ‘W자형 버스 손잡이’(그림)도 여기에 포함됐다. 지금껏 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O’자형 손잡이를 ‘W’자형으로 만들어 두 사람이 함께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서울시는 혼잡한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불편을 없애자는 취지의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버스뿐 아니라 지하철도 이런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겠다는 좋은 취지에 누리꾼들도 동감했기 때문일까. 이 소식을 전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노출된 뒤 하루 만에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잎사귀’라는 누리꾼은 다음 네티즌 청원란을 통해 “하나만 생각하고 나머지 수십 가지를 생각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W’자 손잡이 도입을 반대했다. 그는 △양쪽에서 다른 힘으로 당기기 때문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지금도 키가 큰 사람은 손잡이가 머리에 닿아 불편한데, 손잡이가 커지면 더 불편해지며 △한 사람이 잡기엔 오히려 불편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한글로’라는 누리꾼도 △혼자서 손잡이의 가운데를 잡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 모르는 둘이서 손잡이를 잡고 있다가 한 사람이 갑자기 손잡이를 놓았을 경우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30년 버스를 탔고, 매일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탄다는 그는 “경험상 버스가 새색시처럼 얌전히 가는 상황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W’형 손잡이를 견딜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손잡이 줄을 스프링 형태로 하지 않고 고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다른 누리꾼의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차가 급정지하거나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스프링 형태가 필요한 것”이라거나 “담당자들이 평상시 버스를 이용했다면 이런 결정은 안 했을 것”이라는 등의 비판적인 주장에 무게가 더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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