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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백두산은 우리 땅.”

등록 2007-0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hani.co.kr

누리 세상에 백두산 바람이 불었다. 1월31일 중국 창춘 우후안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창춘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천m 계주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팀이 시상대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들고 세리머니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 세상도 들썩였다. 관련 동영상은 블로그와 게시판에 도배가 됐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렸다. “정치성을 띠면 안 되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다” “대책 없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일침이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스포츠 정신’에 대한 논쟁에 앞서 다수의 누리꾼에게 어느 정도의 통쾌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겨울아시안게임 시상대 위의 ‘돌출행동’이 이런 대접을 받은 까닭은 한반도 영토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억지 주장에 대해 정부가 시원스런 해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의 세리머니를 비꼬아 “화성도 우리 땅”이라는 패러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는 사이버상의 패러디를 벗어나 현실공간에서 재현 움직임이 있었다. 선수들의 세리머니에 자극을 받은 여고생 7명이 2월4일 대전에서 ‘의기투합’해 백두산 세리머니를 재현한 것이다. 천현주, 김나래, 이기륜, 이정미, 정기영, 전미혜, 차유림(사진 왼쪽부터), 이 7명의 여고생은 인터넷의 한 카페에서 만나 창춘의 세리머니를 재현할 것을 약속한다. 서울, 대전, 전북,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살고 있던 학생들은 중간 지점인 대전에서 만나 ‘거사’를 치렀다. 대전 중리동 거리에서 세리머니를 재현한 사진은 학생들이 활동하던 다음카페 한류열풍사랑(http://cafe.daum.net/hanryulove) 대문에 걸려 누리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세리머니에 참여한 정기영(19·부산 동호정보고 3년)양은 “동북공정과 백두산 영토 분쟁 소식을 듣고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이 카페를 통해 하나둘씩 모였다”며 “정치인들이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것이 너무 한심해 작은 일이지만 우리 힘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세리머니를 재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세리머니를 위해 전북에서 상경한 이정미(18·익산여고 2학년)양은 “처음엔 중국과의 역사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들이 추진하는 행사의 취지를 듣고 나름대로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역사 문제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막상 세리머니를 하고 나니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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