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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브랜드빠 시상식

등록 2006-12-29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news.hani.co.kr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덕분에 ‘빠순이’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유행어가 됐다. ‘오빠 순이’에서 축약된 이 말은 ‘빠’가 어떠한 대상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로 쓰이며 다양한 갈랫말을 만들어냈다. ‘노빠’도 그중 하나였다. 새로운 ‘빠’가 탄생했다. ‘브랜드빠’다. 브랜드빠는 요즘 전국적으로 ‘디지털일안반사식렌즈’(DSRL) 카메라가 유행하면서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조롱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소니 사용자는 ‘소빠’, 니콘 사용자는 ‘니빠’, 삼성 사용자는 ‘삼빠’, 캐논 사용자는 ‘캐빠’라고 이름 붙이는 방식이다. 이들이 가지는 자신 브랜드의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유별나다.

최근 사진 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에는 이런 ‘브랜드빠’들의 특성을 풍자한 만화 한 편이 ‘힛갤’에 선정되어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DSRL 브랜드빠 대상 시상식’이란 제목의 만화는 각 브랜드빠들이 입장하면서 벌어지는 풍경을 코믹하게 그렸다. 소빠의 경우 한 일본인이 등장해서 “내년은 1:1입니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곧이어 “뻥이야”라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좌절시킨다. 1:1이란 전문가급 고급 사양인 ‘1:1 화각’이 지원되는 제품을 말한다. 소니가 계속해서 1:1 화각 제품 출시를 연기하는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삼빠의 경우 조롱의 강도가 더 심하다. 삼빠가 펜탁스 로고가 찍힌 모자를 쓰고 등장하지만 테이프가 떨어지면서 ‘삼탁스’ 로고가 드러나자 이내 창피한 듯 숨어버린다. 삼탁스는 삼성과 펜탁스의 합성어다. 펜탁스 보디에 삼성 로고를 달아 출시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렇다면 영예의 대상은 누구일까? 그림을 그린 누리꾼 ‘즐쳐보셈’은 브랜드빠 대상의 영광(?)을 ‘니빠’에게 돌렸다. 니콘의 카메라는 특유의 색감으로 인해 ‘열혈 마니아’를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니빠들의 니콘 사랑은 유달리 강해 다른 브랜드빠들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한다. 만화 속에서도 니빠들은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처럼 묘사됐다. 니콘을 비난하는 사람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기도 한다. 영예의 대상에게 주어진 부상은 무엇일까? 미스코리아의 허벅다리다. 왜? 이 고급 카메라 렌즈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사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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