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필름[film] 명사. 외래어. film.
사진이나 영화를 찍기 위해 사용되는 얇은 막. 감도와 해상도에 따라 크기가 다른 은 알갱이가 막에 붙어 있다. 빛에 노출되면 이 알갱이가 변한다. 그래서 필름을 잘 보관해야 한다. 이 과정을 촬영이라고 한다. 촬영한 필름은 화학 처리 과정을 거쳐 고정된다. 현상이란 약품을 이용해 필요 없는 은 알갱이는 떨어뜨리고 필요한 알갱이를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인화란 이 현상된 필름을 우리가 볼 수 있는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영화를 찍는 데도 사용되며, 그래서 영화를 필름(films)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은 사진 잡지가 아니라 영화 잡지다.
필름이 ‘끊다’의 수동형인 ‘끊기다’와 사용될 경우에는 주류의 화학적 과정에 의해 기억이 없어지는 ‘단기 기억상실’을 일컫는다. 필름이 끊기는 이유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와 같다. 뇌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아주는 체계가 있는데 알코올 등의 지용성 물질은 쉽게 통과한다. 이 통과한 물질을 분해하는 속도를 음주 속도가 앞지르게 되면 뉴런의 막을 용해해 정보 교환을 엉망으로 만든다(엠파스 as7746).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뇌는 최소한의 기능만 하게 되며 잠을 자는 것과 거의 같은 상태가 된다. 행동은 하니까 몽유병자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특히 대뇌 해마의 입력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므로 술 마신 다음날 인화와 현상에 노력해보았자 필름이 끊겼으니 기억 자체가 없다. 밥도 안 먹고 술을 마시면 비타민B1까지 부족하게 되어 알코올성 기억장애인 코르사코프증후군이 된다. 이 환자의 해마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쪼그라들어 있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알코올중독의 진행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최근 6개월에 2회 이상 필름이 끊겼다면 위험하다. 술 마시는 일이 잦은 연말연시 필름 보관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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