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아파트[apat] 명사. Apartment.
영어의 ‘나누어지다’(apart)에서 파생된 외래어. 이 나누어짐은 안에 있는 사람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앞동의 아파트를 보면 칸칸마다 인간이 들어가 사는 것이 보이지만 정작 내 옆집에 사는 사람을 모른다. 아파트는 현대 생활과 잘 맞아떨어졌다.
1962년 마포에 최초의 단지식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 아파트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택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마포아파트의 준공식 때 테이프 커팅을 하기도 했다. 마포아파트는 지어지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절대우위를 강조했다. 약 3만 평의 대지가 절약됐고, 도시 미화 발전에 기여했고, 주택난의 부분적인 해결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이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중앙난방이 실시됐으며, 수세식 화장실이 마련됐다. 최첨단 시설과 문화를 갖춘 초기 아파트는 부자들을 받아들였다. 단독주택 사람들은 아파트에선 겨울에도 집 안에서 짧은 팔을 입고 다닌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마포아파트 이후 아파트는 비 온 뒤 죽순처럼 땅 위로 솟아올랐다. 중동 특수 뒤 건설회사에서 짓는다 하면 아파트였고, 돈 벌었다 하면 아파트 분양이었다. 이 덕에 드라마 의 태수도 돈 좀 만졌다. 1985년에는 이런 배경을 깔고 윤수일의 노래 가 등장했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에는 50%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1985년에는 아파트가 82만3천 호에 전체 인구 구성비의 13.5%를 차지했는데 20년이 지난 2005년에는 661만6천 호에 52.5%(잠정치)였다(건설교통부). 원래 고급스러웠던 아파트는 시민의 것이 되었고, 아파트는 브랜드화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삼성 래미안을 시작으로 대림 e-편한세상, LG 자이, 포스코 더샵, 롯데 캐슬, 대우 푸르지오, 현대 아이파크, 현대 홈타운, 세창 짜임, 태영 데시앙, 동부 센트레빌, 두산 위브, 신원 아침도시 등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시골서 온 노모는 찾지를 못하고, 나이 든 언니는 어지럼증에 있지를 못한다. 그런 집들이 한 달 만에 1억원씩 오른다.
그나저나 왜 별빛이 흐르는 다리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있던 아파트에는 아무도 살지 않을까(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아파트). 위장 전입자였던가? 경매집행 방해범이었나? 집 사줬는데 팔고 도망친 건가? 남는 아파트면 나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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