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sano2@hani.co.kr
“누나네 집 뒤 공원에서 커터칼로 손을 그었죠. 나 죽어 있는 거 보라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때부터였습니다. 자해를 알게 된 게….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프니깐. 내 몸에서 피가 나니깐.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몇 차례 그었습니다. 그러곤 병세가 더 심해졌죠. 몰래 울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었고 약한 척하기 싫어서…. 인터넷에서 저와 같은 사람의 글을 보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고, 용기 내어 혼자 병원에 갔습니다. 아무튼….”
단숨에 포털 인기 검색어 상위에 오른 ‘무서운 싸이월드’ 주인장의 해명글 일부다.
지난주 한 누리꾼이 싸이월드 랜덤서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미치광이’ 제목을 달고 있는 미니홈피. 온통 붉은색 바탕에 목을 맨 사람의 배경화면과 손목에 자해하는 메인 사진을 본 누리꾼은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계속 클릭을 했다. 사람을 죽였다는 주인장의 일기장을 본 것이다.
친절한 설명까지 단 ‘살인 일기장’은 유머 사이트인 ‘웃긴 대학’ ‘오늘의 유머’에 올라가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정말 살인자의 미니홈피인가, 누군가의 낚시질인가 등의 논란으로 끌고 갔다. 뿐만 아니라 미니홈피에 직접 방문해 악풀을 달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오해가 커지면서 사태가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자 ‘22살의 약간은 평범하지 않는 청년’으로 소개한 주인장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사진까지 달아 해명했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받은 충격으로 대인관계의 어려움, 우울증과 자살 시도, 실연 그리고 모터보드 선수로 다시 새로운 삶, 입대, 사업 실패로 시련을 겪었지만 지금은 상태가 호전되어 병을 고쳐보려 한다는 내용이다.
10월24일 해명글이 오르자 하루 방문자가 16만 명을 넘어섰고, 방명록 3600건, 쪽지 112건에 달했다. ‘힘을 내라’ ‘오해해서 미안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격려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싸이 주인장은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온 누리꾼에 대해 ‘한국 누리꾼들이 참으로 대단하고 멋지다’는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누리꾼 사이에서는 ‘자작극’ 의혹도 번져가고 있다. ‘웃긴 대학’에 제보했던 누리꾼 아이디가 주인장 이름 석 자의 이니셜(lch21)과 동일하다는 점과 주인장이 직접 운영하는 모터보드 강습카페,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주소가 해명글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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