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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 김창식씨와 한보람양

등록 2006-09-28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국내에서 최홍만과 ‘맞장’ 떠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네이버 지식검색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 어김없이 이런 대답이 붙는다. “김창식씨?” “신데렐라 상영시 H열 12번째 자리에 앉은 사람은?” “한보람양?”
김창식씨와 한보람양. 그들이 누구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이름 뒤에는 항상 물음표가 붙는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서 그들은 요즘 가장 바쁘고 유명하다. 이곳저곳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한때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창식씨와 한보람양은 한국방송 의 인기 코너 ‘호구와 울봉이’에 이름만 등장하면서 누리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파리 에펠탑은 314m다. 그렇다면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 맨 처음 올라간 사람은?”(울봉이) “한보람양?”(호구) “엄마가 머리를 자른 미용실의 이름은?” “블루블루클럽.” “미용사의 이름은” “김창식씨?”

뜬금없는 질문과 황당한 답변, 난데없는 반전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이런 개그적 요소가 인터넷 댓글로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 ‘김창식 놀이’다. 지식 검색이건 게시판이건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이 사람이 누구입니까?”라거나 “이 모델의 이름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어김없이 “김창식씨? 한보람양?”이라는 허탈한 대답만이 돌아온다. 심지어 “유명 연예인의 애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올려놓고 김창식씨와 한보람양과 짝을 지어주며 키득거린다.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김창식 놀이를 하고 놀았다는 글도 넘친다. “노래방에서 21번째로 노래 부른 사람은?” “김창식씨? ㅋㅋㅋ”

이런 식의 무의미한 댓글 놀이는 ‘목적 없는 말의 배설’이라는 점에서 ‘드라곤 놀이’나 ‘노무현 댓글 놀이’와 닮았다. 리플에 아무런 이유 없이 ‘드’ ‘라’ ‘곤’ 하는 것이나 “모든 잘못은 노무현 대통령 탓”이라고 댓글을 다는 행위가 무작정 “김창식씨? 한보람양?”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또 가상의 인물을 놓고 벌이는 말장난이라는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동수 놀이’와도 비슷하다.

싱겁기 그지없는 이런 놀이에 누리꾼들은 왜 열광할까? 김창식씨와 한보람양은 기본적으로 착하다. 수없이 이름이 불리고 놀림을 당하지만 자신을 불러주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법이 없다. 현실 세계에서 김창식처럼 착하고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동시에 그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존재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김창식씨. 나도 그분처럼 모르는 것이 없는 천재였으면 좋겠다. 김창식씨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블로거 슈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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