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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FTA, 그건 너무 야하잖아

등록 2006-07-28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FTA 특집호를 위해 ‘시사넌센스’가 특별히 준비한 FTA 역사 배우기! 멀고 먼 저 옛날 옛적 영국 잉글랜드에는 데이비드 리카르도라는 유대인이 살았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경제학 강의를 들어본 적 없다는 이 친구는 1817년 라는 책을 발표합니다. 이 책에는 이름도 그 유명한 ‘비교우위론’이 들어 있습니다. 비교우위론을 한마디로 줄이면, 미국이 한국보다 F-15 전투기와 ‘쓰레빠’를 모두 더 잘 만든다 해도, 두 나라는 무역을 해야 좋다는 얘깁니다. 왜냐? 미국은 열심히 F-15 전투기를 만들고, 한국은 열심히 쓰레빠를 만들어서 바꾸면, 한 나라가 어설프게 두 가지 제품을 다 만드는 것보다 좋기 때문이죠(이를 증명하려면, 아주 간단한 수학이 필요합니다). 그럼 결론은? 우리의 부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말합니다. “신성한 자유무역의 이름으로, 한국 죽을 때까지 쓰레빠 100만 개 제작!”

“싫어! 우리도 K-15 만들래!”

한국 사람들은 슬슬 불만을 갖기 시작합니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배달의 민족이 허구한 날 쓰레빠만 만들 순 없는 일이죠. 우리의 훌륭하신 박정희 전 대통령, 김청기 감독 ‘우뢰매’ 시리즈 만들어내는 기세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쏟아냅니다. 전세계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발벗고 뛰어다니며 말렸습니다. “니네는 그냥 쓰레빠나 만들라니까!”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쓰레빠를 만들던 한국은 이제 자동차도 만들고, 철강도 만들고 심지어는 반도체도 만듭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국은 아직 미발달된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보호무역 장벽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자유무역은 환상이었을까요? 그 시절 함부로 외제 물건 쓰면 선생님께 손바닥 맞았습니다.

“제기랄! 더 이상 못해먹겠다.”

좋았던 시절은 지나고 미국 경제에 위기가 도래합니다.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허덕입니다. 쏟아지는 외국 물건들 때문에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줄고, 짜증은 쌓여갑니다. “어이, 한국!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제는 체제 경쟁을 해야 할 소련도 없습니다. 미국이 생각해낸 꾀는 ‘공정한 경쟁’입니다. 미국은 전세계 모든 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라는 큰 마당으로 불러모았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공정하게 싸우자는 거라고. 니네 쌀 시장 개방하고, 우리 비싼 약 좀 사고.” 미국은 앞으로 보호 무역하는 놈들 꿀밤 한 대라고 우기지만, 여러 나라가 모인 WTO 아래서는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만만한 나라들을 하나씩 골라 잡아 ‘자유무역’ 하자고 ‘협정’을 맺기 시작합니다. 자유무역+협정, 그래서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아그들아, 빤스까지 벗고 징하게 붙어보자!” 미국이 짠한 목소리로 유혹합니다. “네!” 우리의 노 대통령, 혁대 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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